[부산/경남]송전탑 갈등 벌써 100일… 밀양, 속시원한 해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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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경남 밀양지역 765kV 초고압 송전탑 공사를 다시 시작한 지 8일로 100일이 됐다. 한전은 그동안 철탑 6기를 완공했고 18기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과 반대 대책위는 대화를 하고는 있으나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반대 주민과 경찰의 충돌도 잦다.

○ 충돌 반복… 자살 원인 ‘공방’

한전의 송전탑 공사 강행 속에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과 경찰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6, 7일 송전탑 경과지인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입구에서 주민과 경찰이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주민들이 경찰의 컨테이너 설치를 막으려 하자 경찰이 진압에 나서 10여 명이 다쳤다. 주민 정모 씨(73) 등 6명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반대 대책위는 최근 3개월 동안 주민 100여 명이 다치고 70여 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송전탑이 지나는 마을의 주민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과 유족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밀양시 상동면 유한숙 씨(71)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셨고 6일 숨졌다. 유족과 대책위는 생전 유 씨의 음성을 공개하며 “자살 원인은 송전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밀양경찰서는 “유족의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유 씨는 음주, 돼지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대화 제자리걸음에 송주법도 ‘이견’

반대 대책위와 한전은 지난해 12월 이후 3차례 대화를 했지만 생각 차이만 재확인했다. 대책위는 송전탑 공사 중단을 비롯해 유 씨의 음독자살에 대한 사과, 부분 지중화, 송전선로 경과지 변경, 집단 이주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2월 중순까지 45일간 공사를 멈추고 반대 주민과 소통 기구를 구성해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전은 공사 중단이 전제되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태도다. 부분 지중화와 송전선로 노선 변경에 대해서도 ‘불가’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송·변전 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송주법)’에 대해 반대 대책위는 “주민의 재산과 건강 피해에 대한 실태 조사도 없이 보상 기준을 정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음과 전자파 피해 등 건강권 관련 사항과 피해 지원 과정에서의 주민 참여 부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보상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주변 주민들에게 상당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765kV 송전탑의 재산 보상 범위는 송전탑 양끝 경계를 기준으로 해서 바깥쪽 3m에서 33m로 늘었다.

○ 갈등 해소 출구는 없나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전과 반대 주민의 갈등은 765kV 신고리 원전∼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열렸던 2005년 8월 시작됐다. 이후 공사 중단과 재개는 11차례. 국민권익위, 갈등조정위, 보상제도 개선추진위, 전문가 협의체 등이 잇달아 운영됐으나 모두 ‘완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해 9월 30일 개별 보상을 시작한 이후 12월 말까지 전체 지급 대상 2200가구 가운데 1783가구(81%)에 보상금을 지급했다. 반대 대책위는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개별 보상은 법적 근거와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마을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준건 한국갈등조정연구소장,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등은 밀양사태의 해결을 위해 ‘대화 채널의 가동’을 급선무로 꼽았다. 또 ‘일시적인 공정의 중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사를 강행하면 주민들이 돌아앉고, 공사를 전면 중단하는 조건은 한전이나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공익시설에 대한 인식 전환 △사회적 약자의 의견 반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 △사유재산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제도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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