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남에게 줄 수 있어 행복… 끝까지 봉사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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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남대 정년퇴임 메이킨씨 20년간 의료봉사 아프리카행 결심
“간호학과 첫 졸업생 배출 큰 보람”

지난해 12월 초 한남대 간호학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미국인 산부인과 전문의 메리 수 메이킨 씨(65·사진)는 지금 모국의 산하를 누비며 여행 중이다. 이전에 의료봉사를 해 온 아프리카로 3월 다시 가면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 모국의 풍경을 마음에 차곡차곡 담아 두고 있다. 그가 노년에 안락한 고국을 뒤로하고 궁핍과 질병의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것은 신의 부름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자가 그를 만나 미국의 풍요와 아프리카의 빈곤을 보면서 신이 과연 공평하다고 느끼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역시 스스로 그런 질문을 했던 모양이다. “정확한 답을 아직 얻지는 못했다. 그로 인해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은 없다.”

○ 노년의 삶 다시 아프리카에서…

메이킨 씨는 20년간의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일단 끝내고 2010년 한남대 교수 임명을 받아 한국에 왔다. 2009년 그에게 한남인돈문화상을 수여한 학교 측이 신설하는 간호학과 지도를 부탁했다. 인돈은 한남대를 설립한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 초대 학장의 창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4년 제정한 상이다. 메이킨 씨는 지난 4년 동안 간호학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린튼 글로벌대학에서 교양과목을 강의했다.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학생들과 소통을 더 많이 못한 게 그렇다. 다만 간호학을 가르치고 첫 졸업생을 배출한 것은 큰 보람이었다.”

메이킨 씨는 “나에 대한 신의 계획을 묻는 기도를 하곤 했다. 어느 날 ‘선교 의사로 활동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아프리카 의료 선교 기회가 있어 미련 없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 ‘받기보다 줄 수 있다면 축복’

아프리카 아이들과 여성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 갔다. 양육 능력도 의료시설도 부재한데 여성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아이를 낳았다. 이런 참상의 아프리카에서 메이킨 씨는 자신의 인생의 3분의 1가량인 20년을 보냈다. 처음 10년은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다음 10년은 말라위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처음 마주한 아프리카는 두려움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실전 경험이 많지 않았던 데다 그곳 산부인과의 최고관리자로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메이킨 씨는 크리스천들에게서 위안을 얻곤 했다. “콩고민주공의 병원에서 일할 때였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쌍둥이를 출산한 뒤 시장에 방치돼 있었다. 안전하게 치료해 집으로 돌려보내 줬다. 많은 사람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주민들의 의료 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상대적으로 사소한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메이킨 씨가 한남대를 정년퇴직할 무렵 고국이 아닌 아프리카를 다시 목적지로 선택한 건 이 때문이다. 우선 3∼5년간 있으면서 아프리카 주민들의 건강을 돌볼 생각이다.

‘받는 것보다 줄 수 있는 것이 더 은총(It is more blessing to give than to receive)’이라는 성경의 한 구절이 인생의 가치관이라는 메이킨 씨. 그는 한국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이 된 한국이 더 많이 기부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메리 수 메이킨#한남대#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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