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환자 직접 안보면 오진 가능성”… 정부 “담당의사 동의할 때만 원격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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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원격 진료]<下>안전성-윤리성 공방
의협 “원격 전문업체 난립 우려”… 정부 “아예 법으로 금지할 것”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으면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까? 원격진료와 관련해 생기는 의문이다. 정부는 원격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이므로 의료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사기관이 용의자를 화상으로 취조하지 않듯이 의사 역시 환자를 직접 만나 진료해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원격진료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로 ‘강원도 원격진료 시범사업’ 평가 보고서를 제시한다. 여기에 참가한 의사 14명 전원이 고혈압 치료의 경우 원격진료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간호사 38명 중 33명(86.8%)도 같은 생각이었다. 당뇨병 환자를 원격진료로 돌보는 것도 의사 64.3%, 간호사 57.9%가 안전하다고 했다.

반면에 의료계는 원격진료가 오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의사의 진단은 환자를 눈으로 살피고 수치를 체크하는 일과 함께 듣기, 만지기, 두드리기, 냄새 맡기 등 오감을 고루 활용해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 신성재 아주대 의대 교수(소화기내과)는 “간질환자의 간이 나빠지면서 눈 흰자위와 얼굴색이 누렇게 변하는 모습을 화상으로 제대로 관찰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병원을 찾을 때까지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성질환의 합병증 관리가 소홀해진다는 견해도 있다. 당뇨병 환자 상당수는 발과 다리가 서서히 썩어 들어가는 족부괴사에 시달린다. 초기에 환자가 알기 어려워 의사가 직접 만져봐야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합병증의 조기 발견이 어려워지면 사후약방문식 처치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의료사고가 늘어나느냐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정부의 의견이 다르다. 의료계는 원격진료에 익숙해진 의사는 대면진료에 미숙할 수밖에 없어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가 크게 늘어난다고 본다.

방 이사는 “의료법 개정안에는 원격진료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때 책임 문제를 규정한 조항이 없다. 이는 부실 진료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나 다름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반면에 최경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팀장은 “담당 의사와 환자 간 상호 동의가 있고 환자 상태가 안정적일 때만 원격진료를 한다. 의료사고가 증가한다는 근거는 매우 약하다”고 반박했다.

비윤리적 의료영업이 성행할 가능성에도 상반된 예측을 내놓았다. 의협은 2000년 원격진료업체 ‘아파요닷컴’이 인터넷으로 이틀 만에 약 7만8000명에게 처방전을 발급한 사례를 들며 “제2, 제3의 아파요닷컴이 나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법 개정안에 원격진료만을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면 형사 처벌한다는 명문 규정을 마련했다. 원격진료 수가를 대면진료와 같은 수준에서 책정할 예정이어서 원격진료 전문병원이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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