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러더 구글… 입력한 적 없는 집-직장 주소까지 파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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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수집 확인해보니

구글의 개인 계정정보 중 위치기록 화면. 이용자의 이동패턴을 기록해 직장과 집주소를 추정하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주별, 월별로 분석해 나타내고 있다. 가장 자주 방문한 곳의 지도상 위치와 방문한 날짜 추이, 주변 장소들도 나온다. 사용자의 일별 이동경로는 매일매일 지도 화면에 선으로 표시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구글의 개인 계정정보 중 위치기록 화면. 이용자의 이동패턴을 기록해 직장과 집주소를 추정하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주별, 월별로 분석해 나타내고 있다. 가장 자주 방문한 곳의 지도상 위치와 방문한 날짜 추이, 주변 장소들도 나온다. 사용자의 일별 이동경로는 매일매일 지도 화면에 선으로 표시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1998년 창업 이후 인터넷 시대 ‘개방’과 ‘공유’의 상징으로 한동안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구글이 최근 잇달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각종 개인정보와 특허 침해, 독과점 및 끼워 팔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건 불법 정보 수집이다. 구글은 2010년 30여 개국에서 와이파이 망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일명 ‘와이 스파이’ 사건이 들통 나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의 인터넷 접속 이력을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이 적발돼 미국에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구글의 모토인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 무색할 정도다.

평소 구글 G메일과 검색 서비스, 구글 지도를 즐겨 쓰며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기자가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직접 확인해봤다.

구글의 첫 검색화면 우측 상단에는 사람 모양의 아이콘이 있다. 로그인 한 뒤 이를 클릭하면 계정 표시가 뜬다. 여기에서 ‘대시보드’로 들어가니 스마트폰과 연동된 안드로이드 계정 정보부터 유튜브, G메일, 위치 기록, 크롬까지 약 15개의 서비스가 주르륵 나타났다.

○ 위치 정보 낱낱이 수집

가장 호기심이 가는 ‘위치 기록’을 먼저 클릭했다. 기자는 평소 휴대전화의 와이파이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항상 꺼둔다. 그래서 남아있는 기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글에는 몇 개월간 기자가 움직인 동선이 24시간 저장되고 있었다. 언제 집에서 나와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이동한 곳에서는 얼마나 머물렀는지가 분(分) 단위까지 나타났다.

단 한 번도 입력한 적이 없는 집 주소와 회사 주소가 번지수까지 정확히 나왔고 ‘직장에서 보낸 시간’, ‘집에서 보낸 시간’, ‘바깥에서 보낸 시간’으로 분류돼 그래프로 보여줬다. 이동 패턴과 체류 시간을 분석해 집과 직장을 알아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간 곳과 자주 방문한 곳, 집에서 가장 먼 곳 등이 나열됐다. 해당 장소에 언제 얼마나 반복해서 방문했는지, 주변에는 어떤 주요 건물이 있는지, 이용자도 잊었을 법한 행적을 구글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구글 계정과 비밀번호만 알아낸다면 흥신소 따위는 필요 없을 듯했다.

○ 검색 기록으로 나의 생각도 읽어

‘웹기록’에는 몇 달 치 검색 기록이 고스란히 저장돼 있었다. 몇 시 몇 분에 구글 검색창을 통해 어떤 단어를 입력했는지, 가려고 했던 맛집 이름, 호기심을 가졌던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검색 기록, 살까 말까 고민했던 핸드백 브랜드 등이 나왔다. 마치 마음속을 읽힌 듯해 기분이 나빴다.

구글은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와 질문 내용, 방문 사이트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를 분석하면 성별과 취미, 결혼 여부 등이 드러나게 된다. 구글은 이같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인터넷 서핑을 할 때마다 관심을 가질 만한 광고를 보여준다. 이런 ‘타깃 광고’ 기술을 바탕으로 구글은 지난해 501억 달러(약 52조60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G메일은 3자 간 대화인 셈”

구글은 타깃 광고를 위해 G메일 내용을 자동으로 들여다본다. G메일 상단의 광고 문구 옆에는 ‘내 편지함의 메일과 구글 계정 정보를 기반으로 표시된 광고입니다’라는 표시가 나온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e메일을 분석해 광고를 노출하는 것은 마치 통신회사가 전화 내용을 엿듣다가 귀에다 광고를 속삭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다만 e메일 광고는 이용자의 약관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만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는 위치정보 저장은 물론이고 검색 기록이나 e메일 내용 분석 등에 대해 동의한 기억이 전혀 없다. 김 교수는 “약관 어딘가에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용자들이 찾아보기 어려운 곳에 있어 자신도 모르게 동의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기록 삭제해도 서버엔 남아

구글 계정을 둘러보는 내내 오싹한 느낌이 들어 서둘러 기록을 삭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서버에는 그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상당기간 저장해 빅데이터로 활용한다”며 “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이용자 자신은 볼 수 없지만 구글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는 이유는 ‘21세기 최고의 천연자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빅데이터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영조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데이터과학과지식창출 연구센터장)는 “구글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의 생각과 사회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사건을 예측하고 미래를 예견해 돈을 벌거나 주도권을 쥐는 것도 가능하다”며 “세계 최대의 정보 수집자인 구글은 이미 최대의 자원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업계는 앞으로 구글 글라스나 구글 자동차가 보편화되고 일상 속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구글의 권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보 주권’은 외면

문제는 구글과 미국 정부를 제외하면 정보를 생성한 사람이나 국가도 정보에 대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구글 서버는 구글과 미국 정부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해 어떤 정보를 저장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구글 서버에 침투한 데 대해 구글이 분개했지만 ‘애국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 협조하게 돼 있는 구글이 이를 정말 몰랐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구글은 고객 응대를 안 하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본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구글 지사 어디에도 사람이 직접 응대하는 콜센터는 없으며, 자동응답시스템(ARS)은 연결이 되지 않기로 유명하다. 한국 지사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데이터 증발, 이중 결제, 검색 오류 등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구글#개인정보#정보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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