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춘천 102보충대 역사의 뒤안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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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유승호 원빈이 입대 전 3박4일 머물며 배웅받던 추억의 장소

올해 4월 열린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육군 102보충대 입영문화제. 강원지방병무청 제공
올해 4월 열린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육군 102보충대 입영문화제. 강원지방병무청 제공
‘송중기, 유승호, 지현우, 붐, 이동건, 성시경, 원빈….’

강원 춘천시 신북읍의 육군 102보충대를 통해 입대한 유명 연예인들이다. 102보충대는 연예인뿐 아니라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장병과 예비역에게 의미 있는 곳이다. 입대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군생활의 관문이지만 예비역에게는 평생 동안 써먹는 군생활 추억의 출발점이 된다.

이 102보충대가 2015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이 최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은 육군이 제안한 102보충대 및 306보충대의 내년 말 해체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경기 의정부의 306보충대 해체를 결정해 국방부에 건의했고 조만간 102보충대 해체도 확정할 계획이다.

○ 각종 공연에 가족 위한 무료 투어버스 운영

10월 29일 102보충대에서는 입영 장정들을 위한 ‘입영문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강원지방병무청이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장정과 가족들이 입영 현장을 함께 즐기고 축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자리. 입영 장정들은 어머니를 업고 가는 ‘어부바길’을 지나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미처 머리를 깎지 못하고 온 장정들을 위한 요금 3000원의 ‘훈남 미용실’도 운영됐다.

환영 행사로 강원도립예술단의 무용 공연과 11사단 장병들의 모둠북 공연, 아이보리코스트 밴드의 가을 노래 공연 등이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 강원권협력단은 입영 장정과 환송 가족의 기념사진을 찍어 제공했고, 행사를 마친 뒤에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춘천의 주요 관광명소를 관람하는 투어버스를 무료로 운영하기도 했다. 엄격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예상했던 장정과 가족들은 뜻밖의 공연과 이벤트에 이별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1989년 4월 102보충대로 입영한 한운석 씨(44·서울)는 “예전에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입소한 뒤 특수부대에 차출될까 걱정하며 며칠을 보냈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각종 공연에 가족을 위한 투어도 마련돼 상당히 달라진 입영 문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임용묵 관광공사 강원권협력단장은 “입영 순간에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춘천 투어를 제공하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몇 년 뒤 관광객으로 강원도를 다시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 춘천 상권, 연간 20만 명 입영 특수도 사라져

102보충대는 강원도 전방 사단의 신병교육대에 입교하기 전 장정들이 3박 4일간 머물다 가는 곳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3월 제주도 모슬포에서 제1훈련소로 창설된 뒤 1953년 8월 12일 춘천시 근화동으로 옮겼고 1987년 10월 14일 현 위치인 신북읍 용산리로 이전했다.

그동안 약 300만 명의 장병이 102보충대를 거쳐 갔다. 강원지방병무청에 따르면 올해도 45차례 입영이 계획돼 있고 10월까지 39차례 진행됐다. 올해 입영 인원은 4만3000여 명. 명절이나 공휴일이 겹치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주 화요일 입영이 이뤄진다. 매번 1000명에 가까운 입영 장정에다 가족, 친구들까지 더하면 화요일마다 4000∼5000명, 연간 20만 명 이상이 춘천을 찾는 셈이다.

이 때문에 춘천에서는 102보충대 해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영 장정과 가족들로 월·화요일 북적이던 지역 상권에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2보충대가 해체되면 배속된 사단 신병교육대로 직접 입소하기 때문에 신교대가 있는 화천, 양구, 인제 등 전방 지역 상권에는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호순 춘천시의원은 “102보충대의 파급 효과가 상당하지만 해체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아쉬울 뿐이다”라며 “보충대가 운영되는 내년까지라도 입영 장정과 가족들에게 춘천을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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