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고지대에 들어서는 공공청사, 마음만은 낮은곳 향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재락 기자·사회부
정재락 기자·사회부
울산 법조타운(남구 옥동) 진입로 이름은 ‘법대로(法大路)’다. 길이 997m, 너비 20m로 2009년 12월 법조타운 착공에 맞춰 지어졌다. 울산지방법원과 울산지방검찰청이 들어설 법조타운은 내년 8월 완공 예정이다. 법조타운은 울산 시가지 중심의 해발 100m 안팎인 남산 정상에 건립돼 오르막길이다. 남산 중턱에 지상 4층으로 건립돼 있는 현재의 법조타운 바로 뒤 산꼭대기에 지상 13층 높이로 건립되기에 법조타운은 울산 시가지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법대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법조타운에 이른다.

높은 곳에 건립되는 울산의 공공청사는 법조타운뿐만 아니다. 2004년 2월과 9월 각각 완공된 울산시교육청(지상 8층)과 울산지방경찰청(〃 9층)도 함월산 중턱에 들어섰다. 해발 220m인 함월산은 ‘울산의 진산(鎭山)’으로 불린다. 시교육청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울산경찰청 전망대에 서면 울산 시가지는 물론이고 동해 바다까지 훤히 보인다.

울산으로 이전할 11개 공공기관이 들어설 혁신도시도 시교육청과 경찰청 주변의 함월산 중턱에 조성된다. 이들 공공기관의 진입로 역시 ‘법대로’와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시가지에서 떨어져 경관 좋고 높은 곳에 세워지다 보니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찰청과 교육청으로 가는 시내버스 노선은 1, 2개밖에 없다. 법조타운은 1km 떨어진 대로변을 지나는 시내버스는 많지만 바로 가는 시내버스가 현재는 없고 법조타운 완공 뒤에도 1, 2개 생길까 말까 한 상황이다. 결국 민원인들은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

울산의 공공기관들이 유독 높은 곳에 많이 건립되는 것은 “좋은 위치를 제공할 테니 우리 지역으로 와 달라”는 자치단체 간의 유치전 탓이다. 이에 편승해 공공기관들도 민원인 접근성은 고려하지 않고 위치를 선정했다.

시민들을 내려다보듯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공공 청사가 마냥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권력의 힘이 많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거리감도 느껴진다. ‘몸’은 비록 높은 곳에 두더라도 ‘마음’만은 낮은 곳으로 향해주기를 많은 시민은 바라고 있다.

정재락 기자·사회부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