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선조들 즐겨찾던 달맞이 명당서 낭만가객 되어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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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한강변 달구경 명소 3選

휘영청 보름달 기다리며… 서울 강서구 가양동 소악루의 야경. 강바람을 맞으며 밝은 달을 바라보면서 옛 선조들의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 제공
휘영청 보름달 기다리며… 서울 강서구 가양동 소악루의 야경. 강바람을 맞으며 밝은 달을 바라보면서 옛 선조들의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 제공
‘파릉(巴陵)에 밝은 달 뜨면/이 난간머리에 먼저 비친다/두보 시에 제구(題句·제목) 없는 것/필경 소악루(小岳樓)뿐이리.’(사천 이병연의 시)

민족의 명절 추석, 그 백미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다. 올해는 아파트 베란다 대신 탁 트인 한강에서 달구경을 하면 어떨까. 선조들이 즐겨 찾던 한강 명당에서 달을 보며 시 한 수 읊으면 나 또한 풍류가객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산8-4에 있는 소악루는 시와 그림의 만남으로 유명하다. 사천 이병연(1671∼1751)이 소악루의 경치를 보며 시를 지었고,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겸재 정선이 이 시를 감상한 뒤 ‘소악후월(小岳候月·소악루에서 달뜨기를 기다림)’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당시의 소악루는 화재로 소실됐고 1994년 강서구에서 한강변 조망을 고려해 현 위치에 신축했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다. 인근 겸재 정선 기념관에 들르면 겸재의 그림도 마주할 수 있다.

지금의 한남대교 북단 쪽에 있던 ‘제천정(濟川亭)’도 한강의 경치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제천정은 왕실의 별장이자 조선시대 외국 사신들의 만찬장이었다. 월산대군이 읊은 ‘제천완월(濟川翫月)’은 보름달이 뜬 날 제천정 높은 다락에 앉아 술을 마시며 멀리서 들려오는 대금소리를 들으면서 달빛에 취해 있음을 표현했다. 제천정은 1624년 화재로 소실됐고 지금은 한남역 1번 출구로 직진해 나오는 길가에 제천정 터의 표석만 남아 있다.

달빛이 부서지는 물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월파정(月坡亭)’은 조선 중기 이래 뛰어난 문사(文士)들이 시를 읊던 곳으로 각광받았다. 다산 정약용도 월파정 앞 한강에서 밤에 배를 띄우고 벗들과 함께 놀았던 일을 ‘월파정야유기(月波亭夜游記)’란 시로 남겼다. 월파정의 위치는 노량진수산시장 뒤쪽의 작은 언덕 부근. 현재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그 안에 옛 정자 터였음을 알리는 장대석(마름돌)이 남아 있다.

한강 유람선을 타면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처럼 한강에서 배를 타고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강물에 비친 달빛과 함께 그림처럼 스쳐 간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추석맞이 한강유람선 이벤트를 연다. 18∼2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65세 이상 가족을 동반하면 할머니 할아버지 본인은 무료, 동반 가족은 20% 할인해 준다. 02-3271-6900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추석#한강#달구경#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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