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광주 공군공항 이전 놓고 市-전북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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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태시장 “국방장관에 여러차례 군산 건의”
전북 “기피시설 떠넘기려는 발상… 강력 대응”

광주시가 인근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높아가는 광주 공군공항 이전 후보 지역으로 전북 군산 미 공군 비행장을 거론하자 전북도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비행장 이전문제가 광주, 전북 간 지역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9일 간부회의에서 “(광주 군 공항을) 군산에 있는 미군 비행장으로 합치는 게 어떻겠느냐고 국방부 장관에게 여러 차례 건의했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한때 전남 무안공항 활주로 밖 갯벌에 두 개의 활주로를 확보해서 광주 군 공항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무안군에서 반대해 무산됐다”며 “우리가 (군 공항을) 아무리 보내자 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안 받겠다 하면 안 되는 거여서 어느 지역으로 갈 것이냐에 대해 필요하면 용역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 공항 이전 지역에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립지역처럼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공항 소음에 대한 광주시민의 반발이 커지자 인접 자치단체와 사전 협의도 없이 군 비행장을 이전하고 민간공항으로 계속 이용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북도 박형배 건설국장은 “2015년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광주공항을 폐지하고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도록 계획돼 있었으나 공항존치를 요구하다 전남도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군산을 거론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도 기피하는 시설을 타 지역에 떠넘기려는 발상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2011년 3월에도 전북이 추진하던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공동건의문을 국토부에 보내는 등 ‘전북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미군 측과 협의를 통해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광주공항 국내선 이전문제도 지지부진

광주공항은 한국 공군과 민간항공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K-57)은 1964년 광산구 도호동과 신촌동 일대 585만4000m²(약 177만 평)에, 광주공항터미널 등 민간항공은 4년 뒤인 1968년 인근 15만1000m²(약 4만6000평)에 들어섰다. 2006년 말 미 공군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가 대구 인근으로 옮겨 현재 광주비행장에는 패트리엇 시설 유지 관리 필수 요원만 남아 있다. 군산비행장은 미 공군 시설을 국내 민항기가 활주로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고 있다.

광주공항 국내선 이전 문제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지난해 초 제4차 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을 통해 광주공항 국내선의 전남 무안공항 이전 방침을 밝혔으나 ‘지자체 간 합의’를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하지만 존치를 요구하는 광주 쪽의 반대로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전남에서도 군 공항과 함께 무안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최근 공군 제1전투비행단 소속 훈련기가 추락하면서 광주공항을 비롯한 도심 군 공항 이전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28일 오후 광주 서구 세하동 농지에 공군 훈련기 T-50이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서구와 광산구 등 군 공항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64년 이후 49년 동안 소음에 시달려온 데 이어 도심 인근에서 아찔한 훈련기 추락사고까지 발생하자 시민들은 극도의 공포감을 나타내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은 서구와 광산구 1만9000가구(5만3000여 명).

올해 4월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이 제정돼 다음 달 발효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부담과 후속대책 부재로 군 공항 이전에 관한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현 군 공항 용지 매각 대금으로 이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만 이전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있어 3조 원 대가 소요될 광주 군 공항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군 공항 이전 비용과 이전 예정 지역에 대한 지원예산을 현 전투비행장 용지 매각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결국 모든 부담을 지자체와 주민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광주시는 용지 매각 금액이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수원공항 용지 매각대금으로 광주 대구 등 내륙 3개 대도시 군 공항 이전비용을 확보하거나 특별회계방식으로 정부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김광오·정승호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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