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용유-무의도 꼬여가는 개발, 커져가는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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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시티 백지화 이후 새 사업자 물색… 2014년 8월 넘기면 경제자유구역 해제
에잇시티 측 “국제소송” 장기전 돌입
개발 전제로 빚낸 주민들 “재산 날릴판”

20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대강당에서 ‘용유·무의지역 개발사업자 공모’ 설명회가 열렸다. 인천시가 용유도와 무의도 전역에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기존 에잇시티 사업을 백지화하고 새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0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대강당에서 ‘용유·무의지역 개발사업자 공모’ 설명회가 열렸다. 인천시가 용유도와 무의도 전역에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기존 에잇시티 사업을 백지화하고 새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송영길 인천시장과 독일계 다국적 호텔업체인 켐핀스키그룹의 레토 비트버 회장이 수차례 만나 인천 용유도와 무의도 전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관광단지를 건설하기로 한 ‘에잇시티 조성사업’이 최근 백지화됐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자본금 증자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켐핀스키그룹이 주도하는 ㈜에잇시티의 사업시행 예정자 지위를 박탈하고 20일 새 사업자 물색을 위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인천시의 새 사업자 물색은 선정, 개발계획 변경, 주민 동의, 실시계획 인가 신청 등을 1년 안에 끝내야 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잇시티도 조만간 국제재판소에 법적 소송을 내기로 해 용유·무의도 개발사업이 난마처럼 꼬이는 형국이다.

○ 허송세월 15년

용유도와 무의도에 국제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은 1997년부터 시작됐지만 구체적 해외투자자 유치계획은 2007년에 가시화됐다. 인천시와 켐핀스키그룹은 관광개발 기본협약을 맺고 마카오의 3배 규모인 79.5km²에 300조 원 이상을 투자해 8자 모양의 이색 관광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개발기본계획에 대한 정부 승인 절차를 마쳤지만 ㈜에잇시티가 2차 증자금(440억 원)의 출자 기한(7월 31일)을 넘기자 시가 기본협약을 해지했다. 켐핀스키 대한항공 대우건설 등이 참여한 에잇시티는 현금 대신에 현물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인천경제청이 “최소한의 자본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사업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관광지를 어떻게 건설할 수 있겠느냐”며 사업자격권 박탈을 선언했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용유도와 무의도 전역에서의 일괄개발 방식에서 투자 가능한 지역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부분개발 방식으로 선회했다. 최소 개발면적 10만 m²에서 호텔, 관광휴양지를 건립할 사업자를 다음 달 16일까지 1차 모집한 뒤 정부 승인을 거쳐 개발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주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6년간 엄격하게 유지하던 건축물 신·증축, 용도변경 제한 조처를 11월 30일까지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인천경제청은 “사업이 가능한 지역부터 개발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주민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 개발 볼모로 잡힌 주민 피해 극심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서 투자자에 혜택을 많이 주는 만큼 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3년 이내에 실시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하기로 법을 개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내년 8월까지 실시계획을 내지 않는 용유·무의도 지역은 경제자유구역 자동해제 대상이다.

시는 이런 로드맵을 맞추기 위해 신규 사업자 공모에 나섰지만 바닷가와 도로 등 노른자위 땅을 제외한 지역의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몇몇 민간사업자는 선녀바위∼마실해변, 국유지가 많은 무의도 해안, 용유도 8경으로 꼽히는 덕교해변 등 5, 6곳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우면서 해안 절경이 뛰어난 곳에 투기 바람에 거세게 불 수 있다.

용유도와 무의도 주민 상당수가 일괄개발을 전제로 은행 빚을 낸 상태이어서 몇 년째 땅 보상금을 목 빼고 기다리고 있다. 무의도 주민 A 씨는 “공시지가도 떨어져 은행에서 원금 회수를 독촉하고 있다”며 “개발자가 나서지 않고 땅도 팔리지 않으면 모든 재산이 경매로 날아갈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에잇시티 측은 “시가 기본협약 주요 사안을 이행하지 않은 채 법적 근거도 없이 현물 출자를 거부했다”며 “조만간 국제소송을 제기하고 일정대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로펌을 통해 협약 무효에 대한 행정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수천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용유도#무의도#에잇시티 조성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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