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뒤 움푹… ‘포트홀’ 경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 올여름 ‘도로위의 지뢰’ 급증

장맛비가 잠시 그쳤던 18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도로에 발생한 포트홀을 피해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포트홀은 깊이가 20cm 이상 되는 것도 있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맛비가 잠시 그쳤던 18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도로에 발생한 포트홀을 피해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포트홀은 깊이가 20cm 이상 되는 것도 있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끼이익!”

20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돌마교 사거리. 가족을 태우고 미금역에서 정자동 방면으로 달리던 승용차 운전자 최형준 씨(42·성남시 분당구 구미동)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승용차 앞쪽 도로 변에 움푹 파인 7, 8개의 구멍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깊이 10cm 안팎에 지름이 큰 것은 1m나 되는 위험한 웅덩이. ‘포트홀(pot hole)’이었다. 최 씨는 25일 “당시 막 속도를 내려던 순간이었는데 푹 파인 구멍들이 갑자기 보여 급정거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갔으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포장의 표면 일부가 떨어져 나가 마치 그릇처럼 파이는 현상이다. 도로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들어가고 차량으로 인한 충격 등이 더해지면서 발생한다. 포트홀은 과거에는 관련 업계나 학계에만 알려진 용어였지만 지금은 일반 운전자까지 알고 있을 정도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포트홀 발생이 급증하면서 운전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올여름 ‘도로위의 지뢰’ 급증
○ 장맛비는 그쳤지만 포트홀의 위험은 여전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포트홀(도로 파손 포함)이 발생해 긴급보수를 한 곳이 5만5706곳(7월 17일까지)에 이른다. 2010∼2012년 발생한 포트홀은 연평균 5만7186곳. 올해는 아직 5개월 이상 남았지만 벌써 평균치에 근접했다. 특히 장맛비가 이어진 7월에만 8969곳이나 된다. 이는 보수한 곳만 집계한 수치여서 실제 포트홀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1t 냉동차로 식자재를 배달하는 이영삼 씨(54)는 “이번 장마 때는 도로마다 깨지고 구멍 난 포트홀이 많아 곡예운전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비가 그친 뒤에도 포트홀의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 10mm 안팎의 적은 비가 내렸던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옥수동. 차량들은 도로 중앙선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도로에 생긴 폭 2m의 대형 포트홀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중앙선을 넘다 반대 차로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 직전까지 가는 아찔한 상황이 수차례 이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 예보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보수공사보다 임시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속도로에서도 포트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16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쌀을 실은 1.2t 트럭이 포트홀에 바퀴가 걸리면서 전복돼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앞선 5일 오후 6시 반에는 전주∼군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차량 10여 대가 연달아 사고를 당했다. 2차로에 발생한 깊이 20cm가량의 포트홀을 미처 피하지 못한 탓이다. 차량 속도가 빠른 고속도로는 수시로 도로를 보수하고 있음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 이 도로를 관리하는 전주 덕진구 관계자는 “고속도로는 시내도로에 비해 운행속도가 빠르다 보니 포트홀에 따른 사고 규모도 크다. 전면적인 보수공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땜질만 하다간 ‘포트홀 재앙’ 온다


포트홀 문제가 처음 불거진 건 전국에 걸쳐 많은 비가 내린 2006년 여름이다. 황성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집중호우가 잦아 포트홀이 급증했다. 2010년 기록적인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겨울에도 포트홀 문제가 대두됐다”며 “기후변화가 큰 원인이지만 국내 도로건설 방법이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강민수 선임연구원은 “충격에 강한 골재를 사용하고 시공 때 다짐(단단히 누르는 것) 작업만 제대로 해도 포트홀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통제에 대한 민원이 잦은 관계로 짧은 시간에 보수공사를 하다 보니 부실한 부분이 생긴다는 얘기였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내구성을 높인 아스팔트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재 관리부터 시공까지 밀착 관리하도록 포트홀 저감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여전히 ‘땜질’ 보수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수해야 할 도로는 넘치지만 다른 사업에 밀려 돈도 사람도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황 위원은 “국내 도로는 계속 늘어나는데 유지보수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포트홀 문제를 지금처럼 관리한다면 수년 내 ‘재앙’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성호·김재영 기자·대구=장영훈 기자 starsky@donga.com


#포트홀#장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