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저류조” vs “배수터널” 해법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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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폭우 늘면서 강남역 일대 집중침수 피해

요즘 서울에 내리는 비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같은 서울 시내인데도 지역별로 강우량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일대에 많은 비가 내렸고 침수 피해도 집중됐다.

22일 서울 지역에 84.5mm의 폭우가 내린 데 이어 23일에도 오후 3시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이 56.5mm를 넘어섰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집중호우로 시내 곳곳에서 도로가 물에 잠기고 잠수교와 양재천 등 하천 인근 도로가 통제됐다. 청계천도 오전부터 보행자의 통행을 제한했다.

1980년대 이후 서울에서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한 시기는 84년, 87년, 90년, 98년, 2001년, 2010년, 2011년, 2012년 등이다. 상업업무지 비율이 높은 강남구 종로구 주변과 강서구 양천구 같은 저지대, 단독주택지 비율이 높은 구로구 성북구 등이 주로 침수 피해를 겪었다.

22일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은 송파구 잠실동 일대. 오전에 내린 비만 144.5mm에 이른다. 강남구 삼성동 일대(141.5mm)와 서초구 서초동 일대(128mm)도 1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주로 한강 이남 지역이다. 반면 구로구 궁동 일대(42mm)와 강서구 공항동 일대(47mm), 양천구 목동 일대(47.5mm), 노원구 공릉동 일대(61mm)는 40∼60mm 정도로 이들 지역 강수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울시는 현재 서초구 3곳 등 34곳을 상습침수지구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올해 5월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강남역과 광화문 사당역 등 상습 침수지역별로 저류조를 설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수방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국지성 집중호우로 강수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자 이마저도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역 사거리 일대 도로는 이번에도 23일 오전 한때 빗물이 발목 높이까지 차올랐다. 강남역 일대는 인근 지역에 비해 고도가 17m 정도 낮은 분지형 저지대다.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역이며 번화가인 강남역 일대는 집중호우가 내리면 인근 지역의 빗물이 한꺼번에 유입돼 침수되는 일이 2010년 이후 매년 벌어지고 있다.

강남역 침수의 해결법을 두고 서울시와 서초구의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시는 단기 대책으로 진흥아파트 인근 용허리공원(1만5000t)과 사당역 환승주차장(4만5000t), 사당 나들목 인근(1만5000t)에 빗물을 임시로 받아두는 저류조를 만들고 빗물을 저장해 침수 피해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초구는 “국지성 호우가 집중되는 시기에 저류조나 반포천으로 빗물을 내보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집중호우 시 빗물이 강남역에서 이수교차로 쪽으로 이어진 반포천으로 흘러 한강으로 나가는 데 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쏟아지면 반포천이 흘려 보낼 수 있는 양을 넘어서 빗물이 솟구치는 역류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의 지형적 특성을 감안할 때 강남역에서 한강으로 바로 이어지는 3.1km 길이의 대형 빗물 배수 터널을 지하 20∼30m 깊이에 뚫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사보다는 빗물펌프장 증설과 하수관거 확충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22일 강남 저류조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도 “하수관거 구조를 새로이 하고 통수 능력을 확대해 2015년까지 (침수 현상을) 완전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달·이서현 기자 dalsarang@donga.com
#폭우#장마#강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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