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유통업계 “고객 안내, 앉아서 해도 된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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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여직원 모성 보호 앞장

22일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한 신발매장에서 다음 달 출산 예정인 조주혜 씨(왼쪽)가 매장 관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백화점은 임신 중인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임신부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22일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한 신발매장에서 다음 달 출산 예정인 조주혜 씨(왼쪽)가 매장 관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백화점은 임신 중인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임신부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백화점 본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는 한정미 씨(35)는 임신 5개월째인 협력사원이다. 이전에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인 영업시간 내내 서서 근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백화점이 도입한 ‘임신부 케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된 후 근무환경이 확 바뀌었다.

일단 고객이 없을 때는 매장에 별도로 마련된 전용의자에 앉아 쉴 수 있다. 피곤할 때는 의자에 앉아 고객을 응대해도 된다. ‘예비 엄마입니다’라고 적힌 브로치를 착용한 효과도 크다. 브로치를 단 후에는 고객들이 먼저 한 씨의 몸 상태를 걱정해준다. 한 씨는 “전에는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이전보다 편안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 내 모성(母性) 보호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예비 맘’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0일부터 임신한 정직원 및 협력사원 150여 명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임신부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정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에서 파견한 직원에게까지 모두 혜택을 적용하는 것은 유통업체 최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임신한 파견사원의 처우를 파견회사 쪽에 일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0월부터 임신부 직원들에게 ‘임산부 먼저’라고 적힌 브로치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임신부라는 사실 때문에 이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매장 관리자를 대상으로 임신부 배려를 위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임신부가 편히 쉴 수 있는 ‘모성 보호 휴게공간’을 각 점포에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출산을 앞둔 여직원에게 ‘예비 엄마’ 브로치를 의무적으로 착용시키고 있다. 고객에게 직원의 임신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또 임신부 직원에게 ‘프리패스’를 발급해 이들이 직원식당, 고객용 화장실, 엘리베이터, 육아 휴게실 등을 우선적으로 이용하게 한다. 직원이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해 백화점의 문화센터 강좌를 들을 때는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백화점 측은 임신부들이 많이 복용하는 건강보조제인 엽산 3개월분을 제공하고 출산 후 점장 명의로 미역을 선물할 예정이다.

백부기 현대백화점 관리담당 상무는 “출산 장려운동에 비해 임신부 배려운동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여직원이 많은 백화점이 먼저 임신부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관련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여직원들의 모성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여직원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지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계에서는 여성 고객의 비중이 70∼80%로 높다”며 “이런 업계 특성상 여직원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고객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유통#고객안내#압구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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