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부 ‘사립대 등록금으로 연금대납’ 심사없이 승인해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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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들이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중 개인부담금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달하는 교비회계 등으로 대납해 환수 요구가 거센 가운데 일부 사립대는 사학법인이 내야 할 법인부담금까지 교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교육부는 사학법인들의 대납 신청을 마구잡이로 승인해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직원의 사학연금은 개인과 법인, 국가가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 분담 비율은 △교원은 개인 50%, 법인 30%, 국가 20% △직원은 개인 50%, 법인 50%로 정해져 있다.

상당수 사학은 법인부담금을 법인회계가 아닌 교비회계로 처리해 왔다. 교비로 지출하지 말라는 명확한 금지 규정이 없어 법인의 재정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변칙 처리해 왔던 것이다.

이런 관행이 심해지자 국회는 2012년 1월 교비회계 누수 현상을 막겠다며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개정했다. 사학법인이 법인부담금의 부족액을 교비로 메우려면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법 개정 취지를 무시하고 사학들이 교비를 쓰겠다고 신청하면 승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각 사립대와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교육부는 법 개정 직후인 지난해 2월 법인부담금을 교비회계로 넘기게 해달라고 신청한 76개 법인(98개교) 가운데 68개 법인(85개교)에 무더기로 승인을 해줬다. 8개 법인(13개교)은 승인 받지 못했다.

당시 교육부는 2012년 분담금만 신청하거나, 2012∼14년의 3년 치를 한꺼번에 신청하도록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접수했다. 교육부는 이 중에서 2012년 분담금만 신청한 법인에는 총장의 동의만 있으면 실질적인 심사 없이 승인을 내렸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에 보낸 문건에 ‘2012년 예산 편성 시 대학평의원회 및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법인부담금의 학교부담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심의한 경우 절차를 거친 것으로 인정한다’고 안내했다.

2012년 법인분담금을 대납 신청한 47개교는 565억 원을 냈고, 3년 치를 신청한 38개교는 1160억 원을 교비회계로 내게 됐다.

교육부는 이미 전년도에 예산 편성이 끝났고 총장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립대 관계자들은 이사회가 총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사립학교 구조를 감안할 때 법인의 대납 요구를 거절할 총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한 사립대 총장이 작성한 동의서를 보면 ‘등록금 인하로 학교 사정이 열악하다. 계속 법인부담금을 학교에 미루면 대학평가에서 불리하다’ 같은 하소연이 담겨 있기도 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법인적립금이 넘치는 사학들까지 대납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다. 2011년 결산을 기준으로 법인적립금을 160억 원 이상 보유한 원광대는 1년 치 76억여 원을, 적립금 52억여 원을 보유한 영남대는 3년 치 215억여 원을 대납하도록 승인 받았다.

유명무실한 승인 절차라도 있는 사학연금과 달리 건강보험은 이런 규정마저 없어 얼마나 교비회계에서 지출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가에서는 법인이 이런 식으로 교비회계에 떠넘긴 사학연금과 건강보험을 합치면 개인부담금 대납 규모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에 8년간 17억 원의 개인부담금을 교비회계로 지출했다 문제가 된 한 대학은 감사원에 적발된 법인부담금 대납액이 3년간 40억 원에 이르렀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사립대 등록금#연금대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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