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내 어린이집 최대 15억 지원하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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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中企들은 ‘운영비 걱정’에 절레절레

“여직원이 많지 않고 운영 비용도 많이 드니까….”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직원들을 위해 직장 어린이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월급 챙겨주기도 빡빡한데 직원 자녀 보육까지 신경을 쓸 만한 겨를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준에 해당하는 919개 기업 중 실제로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359곳(39.1%)에 그쳤다. 어린이집을 두는 대신 보육수당을 지급하거나 지역 어린이집에 직원 자녀들을 위탁하는 기업이 324곳(35.2%)이었다. 이조차 하지 않는 ‘강심장 기업’도 236곳(25.7%)이나 됐다.

특히 중소기업 직원들의 보육 여건은 좋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직장 어린이집 523곳 중 중소기업에 설치된 것은 51곳(9.8%)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없어 직원들은 보육 문제를 사실상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어린이집에 다닐 만한 연령의 자녀가 있는 직원이 많지 않아 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주·야간 2교대로 운영되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중소기업의 어린이집 설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00년부터 산업단지형 공동 직장 어린이집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설치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 규모도 늘렸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10곳 이상의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공모를 통해 설치 비용의 90%(최대 15억 원)까지 무상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지난해 4월 1차 공모에는 응모 기업이 많지 않아 다음 달 재공모를 했다.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참여를 독려하면 대부분 구체적으로 금액을 추산해 보기도 전에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며 주저한다. 기업들이 어렵게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해도 서로 다른 곳보다 비용을 덜 부담하려고 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직장 어린이집을 짓도록 의무화하는 대신 공장 근처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어린이집을 설치하더라도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원 자녀들의 보육에 신경 쓰는 만큼 직원들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 대표들은 어린이집 설치 등 직원들의 보육 지원을 ‘지출이 아닌 투자’로 보고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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