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참금이 2억5000만원?’ 혼수 비용에 짓눌린 신혼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9일 0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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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신혼의 꿈이 억대 지참금 부담에 짓눌려 어이없이 깨졌다.

전문직 남자 A씨와 은행원 여자 B씨는 대학 때부터 만나온 사이. 이들은 결혼 적령기에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가 덜컥 아이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양가 부모로부터 결혼을 허락받았지만, 시어머니 C씨는 B씨를 며느릿감으로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했다. 이는 상견례 자리에서의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C씨는 상견례 당일 아들을 시켜 지참금 2억5000만원을 사돈에게 요구했다. 혼수비용을 7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던 B씨는 당황했다. B씨는 대신 친정 소유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결혼식장도 문제였다. 양가는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급 예식장에서 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C씨는 '격이 떨어진다'라며 예약을 취소하고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을 예약했다.

하지만 '지참금 신경전'에 아무도 예약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결국 예약은 취소됐다. 졸지에 B씨는 웨딩드레스도 입지 못하고 딸을 출산한 미혼모가 됐다.

은행에 2년간 육아휴직을 낸 B씨는 A씨가 양육비조차 주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섰고, 법원은 A씨에게 과거 양육비 1000만원과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월 50만-100만원씩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B씨는 이어 "거액의 지참금을 요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을 거부해 고통을 받았다"라며 A씨와 어머니 C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고법 가사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이 위자료 소송의 항소심에서 "총 1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혼을 코앞에 둔 시점에 느닷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 요구를 했고, 결혼을 연기시킨 상태에서 출산에 이르게 하고도 양육 책임을 방기한 A씨의 책임이 두 사람의 약혼을 깨뜨렸다고 판단했다. C씨 또한 사돈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고, 약혼 관계의 파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두 사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결혼은 독립적인 두 사람이 주체가 돼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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