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전면시행 나흘째…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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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납부필증 슈퍼마다 동나고… “불편” “형평성 어긋나” 곳곳서 볼멘소리

5일 서울 강남구청 뒤쪽의 단독주택가에서 구청 직원이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5일 서울 강남구청 뒤쪽의 단독주택가에서 구청 직원이 음식물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주부 정모 씨(58)는 3일 오후 슈퍼마켓에 음식물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사러 갔다가 허탕을 쳤다. 이미 물량이 동나버렸다는 것. 정 씨는 “몇 시간 뒤 다시 갔더니 1인당 10장짜리 한 묶음씩만 팔더라”며 “계속 이런 식이면 어떻게 제때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2 아파트 경비원 함모 씨(62)는 최근 음식물쓰레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는 “순찰 때문에 자리를 비우면 하루에 5, 6명은 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은 채 수거함에 쏟아 붓고 가거나 일반 봉투에 담아 버린다”며 “한 달 전부터 홍보했지만 아직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버린 만큼 돈을 내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2일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송파, 영등포구 등 이달에 도입한 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 봉투 품귀, 무단투기…시행 초기 혼선

일부 지역에서는 종량제 봉투와 납부필증(스티커)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송파구 송파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최모 씨(62·여)는 3일 “몇 장이나 필요할지 몰라 납부필증을 200장 들여왔는데 다 떨어져 급하게 신청했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며 “오늘만도 20여 명이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음식물을 담아 내놓는 전용용기가 작은 것도 불만이다. 3일 송파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주민 오모 씨(79)가 음식물쓰레기를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전용용기(3L)에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송파구의 단독주택은 전용용기에 음식물쓰레기를 넣고 납부필증(스티커)을 사서 뚜껑에 붙여 놓으면 수거하는 방식이다. 오 씨는 “가족이 6명인데 용기가 너무 작아 수박을 먹으면 금방 한 통이 찬다”며 “이 때문에 음식물을 오물 분쇄기에 갈아서 하수구에 버리는 집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 칩을 설치해 각 가구가 버린 무게만큼 돈을 내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시스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아파트에는 종량제 시행 전날에야 RFID 기계가 설치됐다. 한 주민은 “인터넷 등록을 해야 하고 카드도 꼭 소지해야 해 아직은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홍보가 잘 안돼 위반 시 처벌기준을 모르는 이도 대부분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무단투기하거나 음식물쓰레기를 일반쓰레기에 섞어 버리면 10만∼1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 지자체마다 도입방식 제각각…표준화 필요

시행 초기의 혼선은 어느 정도 예상된 문제다. 이은엽 서울시 음식물종량제팀장은 “1995년 생활쓰레기종량제가 도입됐을 때도 혼란은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자리를 잡았다”며 “이미 시범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비교적 잘 정착되고 있어 주민들이 익숙해지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당수 아파트가 단지별 종량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 단지별 종량제는 120L 수거함에 버려진 음식물쓰레기의 양을 측정해 합산한 뒤 수수료를 가구별로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주민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버리는 방법과 같아 혼선이 적다. 하지만 배출한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방식이어서 쓰레기양이 적은 1∼2인 가구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32)는 “혼자 살고 있고 주중에는 집에서 밥을 해먹는 일이 거의 없는데 똑같이 돈을 내라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며 “노력해도 바뀌는 것이 없으니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출량에 따라 부과금을 책정하는 RFID 시스템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지자체에 대해 30%까지 설치비용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전자태그 수거함을 설치하는 데 60∼80가구가 쓰는 수거함 1대에 180만∼200만 원이 들어 지자체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공동주택에 RFID 방식을 도입할 경우 4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이 팀장은 “2015년 6월부터는 비닐봉투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편리함과 경제적 효율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곽도영·남경현 기자 redoot@donga.com
#음식물쓰레기#종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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