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4000만원 이상 연금수령자 건보료 부과 또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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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 반발로 세번째 미뤄… 복지부 “기준 조정해 다시 추진”

1년에 400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에게 건강보험료(건보료)를 부과하려는 계획이 공무원 등의 반발로 또 무산됐다. 벌써 세 번째다.

보건복지부는 고액 연금 수령자에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중 다시 입법예고하겠다고 4일 밝혔다. 대상자는 약 2만4000명. 국장급 이상의 직책에서 은퇴한 공무원이 가장 많고, 장성급 퇴역 군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내야 하는 건보료는 평균 월 18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역 공무원들이 선배들의 반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을 지난해 6월 처음 입법예고했다. 3개월 후인 9월 시행이 목표였다. 고액 연금 수령자가 자녀의 직장건강보험에 이름을 올리는 식으로 건보료 납부를 피하고,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방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대신 올해 초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초에 시행하겠다는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규제개혁위원회가 3월에 입법예고안을 심사한 뒤에는 안전행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지난달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고액 연금 수령자들은 건보료 부과가 이중 부담이라고 주장한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A 씨는 “현역 시절 연금을 받으려고 기여금(연금보험료)을 냈다. 지금 와서 건보료를 내라는 것은 국가에 대한 헌신을 모독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한다. 건보료에 소득세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연금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 서울의 B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역 근로자의 연봉에 맞먹는 돈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들에게 기껏해야 20여만 원을 건보료로 내라는 건 무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연금소득과 기타근로소득 연 4000만 원 이상’인 현재 기준을 ‘연금소득의 50%가 연간 2000만 원 이상 또는 기타근로소득 연간 4000만 원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건보료 부과 대상은 2만4000명에서 2만2000명으로 줄어든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으로 법제처에 다시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당초 방침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수정안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이 반발할 소지는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낸 수정안이 공무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안행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공무원도 퇴임 후 자신의 일이 되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이철호 기자 noel@donga.com
#공무원#연금수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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