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낮을수록 선택 힘든 선택형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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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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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3학년 804명 설문… 5등급 이하 학생 40%가 아직 갈등
“중하위권 부담완화 취지 무색” 지적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처음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5명 가운데 1명은 아직 응시 유형을 고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적이 낮을수록 유형을 정하지 못한 학생이 많았다. 중하위권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선택형 수능의 취지가 퇴색됐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시업체 진학사는 전국의 고교 3학년 수험생 804명에게 수능에서 치를 문제의 유형을 정했는지를 16∼25일 물었다. 올해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등 3개 과목을 각각 쉬운 A형과 현재 수준의 B형으로 나눠서 치른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수험생의 82.3%는 지원 유형을 모두 결정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14.9%는 일부 영역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2.8%는 모든 과목에서 유형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수능일(11월 7일)을 190일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수험생 5명 중 1명은 자신이 어떤 유형을 치를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특히 유형을 결정하지 못한 수험생은 성적이 낮을수록 많았다. 유형을 모두 결정한 수험생 비율은 3월에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1등급 97.1% △2등급 94.7% △3등급 85.5% △4등급 81.3% △5등급 이하 64.9%였다.

상위 11%의 수험생(1, 2등급)은 90% 넘게 유형을 정했다고 응답한 반면에 하위 60%의 수험생(5등급 이하)은 유형을 정한 비율이 60%대로 뚝 떨어졌다.

상위권 수험생은 어려운 유형을 선택하지 않으면 주요 대학 지원이 불가능해 고민할 이유가 적지만 중하위권 수험생은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중하위권은 문제가 쉽지만 가산점을 기대하기 힘든 A형과 문제는 어려운 반면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B형 중 어느 유형이 입시에서 유리할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형을 선택하지 못한 수험생 가운데 81.7%는 자신에게 유리한 유형을 몰라서 아직 유형을 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교육 당국은 선택형 수능이 중하위권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혼란만 부추기는 셈이다.

황성환 진학사 기획조정실장은 “중하위권 수험생은 유형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고민하거나 유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낯설어하면서 혼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유형을 결정한 수험생도 앞으로 여러 차례의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선택형 수능#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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