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기존계약 백지화후 새판 짜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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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용산개발사업 변경안 제안… 디폴트 파장 새 국면

14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부동산에 ‘부자 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자 인근 부동산에서는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하는 문의가 급증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한 부동산에 ‘부자 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자 인근 부동산에서는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하는 문의가 급증했다.
용산역세권개발 최대 주주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민간 출자사들을 15일 불러 기존 계약을 전면 백지화하고 시공권 등 각종 권리를 포기하도록 요구키로 했다. 이런 요구가 관철되면 코레일 주도의 새판 짜기를 통해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의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다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코레일, “기존 협약 폐지…민간은 권리 포기해야”

코레일은 15일 오후 3시 민간 출자사들을 불러 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변경안엔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등이 맺은 기존 사업협약을 전면 폐지하고 코레일이 사업 주도권을 행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1대 주주인 코레일이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이사회 의장을 맡지 못하는 구조가 사업 파탄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드림허브 이사회 구성을 현재 코레일 3명, 민간 출자사 7명에서 코레일 소속이 과반수가 되도록 변경을 요구키로 했다. 박해춘 회장 등 용산역세권개발 이사 3명의 해임도 시도한다.

코레일은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들이 가진 시공권을 모두 포기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이런 요구가 관철되는 것을 전제로 연말까지 3000억 원을 지원해 사업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제안에 대해 민간 출자사들은 부정적이다. 한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비용을 치르면서 사업에 참여했는데 일방적으로 시공권 포기를 요구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부동산 시장, 용산 악재 직격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표되자 14일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사업 중단의 여파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한강로1가 우리공인 이모 대표는 “용산 개발 호재를 보고 비싸게 집을 샀던 사람들이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지 묻는다. 하지만 집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용산구 집값은 이달 첫째 주 0.4% 떨어지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2007년 10억 원대로 올랐던 개발지역 인근 전용면적 99m²짜리 아파트는 현재 8억5000만 원대로 내려앉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해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주민들이 5, 6년간 재산권 행사도 못했는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다른 대형 PF 개발사업의 자금 조달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만 해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빌딩, 성동구 성수동 뚝섬 상업용지, 인천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시티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상암DMC 랜드마크빌딩은 당초 사업비 3조7000억 원을 투입해 133층으로 건립될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업비 약 19조 원의 송도 랜드마크시티도 수년째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새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드림허브의 디폴트로 코레일의 자본 구조와 자금 조달력 악화가 우려된다며 코레일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정임수·장윤정·박재명 기자 imsoo@donga.com
#용산#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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