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벽화에 깃든 소록도의 恨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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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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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한센인 전문병원 옹벽, 가로 110m 대형벽화 마지막 덧칠
한센인-병원직원-기부작가 모여 소록도의 얼굴-단종대 등 그려

5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 전문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 옹벽에서 소록도 주민, 병원 직원, 재능기부 작가 등 45명이 참여해 대리석에 아크릴 물감으로 마지막 덧칠을 하는 작업을 벌였다. 국립소록도병원 제공
5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 전문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 옹벽에서 소록도 주민, 병원 직원, 재능기부 작가 등 45명이 참여해 대리석에 아크릴 물감으로 마지막 덧칠을 하는 작업을 벌였다. 국립소록도병원 제공
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 전문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 병원 뒤편 옹벽에 설치된 가로 110m, 세로 1∼3m의 대형 벽화에 마지막 덧칠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센인 강모 씨(60)는 불편한 손으로 옹벽에 붙은 대리석에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을 했다. 강 씨는 “대리석에 새겨진 내 얼굴에 색칠을 하고 있다”며 “소록도의 역사로 기록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무게 250t에 달하는 대형 옹벽 벽화에는 가로 87cm, 세로 58cm크기의 화강석 770개가 쓰였다. 화강석 위에 어른 손바닥만 한 대리석 400여 개를 붙었다. 대리석에는 소록도 주민, 병원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 400여 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 400여 명의 초상은 소록도의 현재를 상징한다.

강 씨를 비롯한 한센인 15명, 병원 직원 15명, 재능기부 작가 15명은 이날 ‘아름다운 동행-소록도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옹벽 벽화 대리석 초상에 마지막 덧칠을 했다. 벽화 제작 작가로 덧칠에 참여한 고영희 씨(44·여·전시기획자)는 “소록도의 아픔과 희망을 주민들과 함께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고 씨는 지난달 8일부터 벽화 제작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옹벽 벽화에는 어린 사슴을 닮은 소록도의 아픔과 한센인들의 수난을 의미하는 단종대(불임 수술을 하기 위해 만든 기구)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새겨졌다. 푸른 초원에서 노는 사슴은 한센병을 치유한 소록도의 미래를 상징한다. 옹벽 벽화 밑그림을 그린 박대조 화백(43)은 “소록도 벽화는 세계 최초로 대리석을 파 색칠하는 상감 기법이 쓰였고 모자이크 기법도 함께 활용했다”며 “벽화가 소록도 역사를 기록하고 한센인과 일반인들을 잇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덧칠이 끝난 옹벽 벽화는 표면이 코팅 처리돼 100∼200년을 견딜 수 있는 예술작품이 된다. 옹벽 벽화 제작 작업을 이끈 고흥 남포미술관은 이르면 이달 말 벽화 완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곽형수 남포미술관장은 “소록도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대형 벽화를 만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벽화 제작에는 1억 원 정도가 소요됐다. 박 화백을 비롯해 조각가 한국화가 서양화가 등 예술가 15명이 6000만 원에 해당하는 재능기부를 했고 대림산업이 1000만 원을 냈다. 소액기부자 198명이 나머지 3000만 원을 모았다. 김명호 소록도자치회장(63)은 “고령인 주민들이 소록도의 역사를 기록할 예술작품이 만들어졌다며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록도#국립소록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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