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생명이 먼저…입양 안 되면 평생 기록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3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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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입양특례법재개정추진위원회 한연희(한국입양홍보회 회장) 공동대표

1월 중순 ‘입양특례법재개정추진위원회’(추진위)가 정식 발족됐다.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 회장(사진)을 비롯해 황수섭 고신대 의대 교목,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은 추진위에는 현재 입양 관련 기관을 비롯해 입양 가족 모임, 낙태시술 반대 의사회,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단체, 종교단체 등 400여 개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입양특례법을 시행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었다. 새로운 법이 정착되기도 전에 재개정을 요구하는 건 시기상조 아닌가.

“법 때문에 버려지거나 방치돼 죽어가는 생명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법을 고치는 게 맞다. 법이 생명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추진위가 출생신고 관련 문제점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미혼모들이 오해하는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출생신고를 한 뒤 아동을 입양 보내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자녀에 대한 기록이 삭제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그들 주장이다. 하지만 기록 삭제는 아이가 입양된 경우에 국한된다. 해마다 생기는 국내 입양 대상 아동 가운데 실제로 입양되는 아동은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입양이 안 된 아이는 부모 가족관계등록부에 그대로 남는다.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호적 때문에 결혼도, 취직도 쉽지 않을 것이다. 10대 미혼모에게 그런 굴레를 씌우는 건 너무 가혹하다.”

입양특례법 시행 전 출생신고 없이 입양기관에 맡겨진 아이에 한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하자고 주장하는데, 지금이라도 친부모에게 연락해 출생신고를 하면 되지 않나. 출생신고는 누구나 예외 없이 해야 하는 법적 의무다.

“입양특례법 시행 전 입양기관에 입소한 아이가 전국적으로 줄잡아 1000명 정도다.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입양특례법상 입양될 수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입양기관에 부모 연락처가 남아 있으니까 이제라도 연락해 출생신고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시간이 지나 연락처가 바뀐 경우가 많고, 설령 연락이 닿는다 해도 수개월 혹은 1년 전 맡긴 아이의 출생신고를 이제 와서 ‘법이 바뀌었으니 하라’고 하면 누가 순순히 따르겠나. 실제로 연락이 닿은 부모가 펄쩍 뛴 경우도 있다.”

아이 단독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면 입양 아동이 성인이 됐을 때 어떻게 친부모를 찾나.

“입양기관에 부모에 대한 인적사항 등 정보가 남고 법원에도 입양 관련 서류가 다 들어가기 때문에 친부모를 얼마든 찾을 수 있다. 입양특례법에서 입양정보공개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정부가 운영하는 중앙입양원이나 입양기관에 친부모 정보를 신청하면 된다. 다만 정보공개는 친부모 동의를 전제로 한다.”

입양숙려제는 입양에 대해 심사숙고하라는 건데, 그건 왜 문제인가.

“출생신고를 안 하면 미혼모시설 입소도 안 된다. 부모 이혼 등으로 가정이 깨지거나 가출해 갈 곳 없는 10대 미혼모가 적지 않다. 어린 미혼모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일주일 동안 어디서 지내나.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탓에 드러내놓고 지낼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영아유기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다.”

한 대표에 따르면, 버려진 아이는 정식 절차를 통해 입양 대상이 된 아이에 비해 입양될 확률이 매우 낮다. 양부모로선 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아이를 입양하기 꺼리기 때문이다.

한편 현행 국내 입양 우선제도는 장애아동 입양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장애아동 입양을 원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양부모를 만나지 못한 아이는 생활시설(보육원)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데, 정상적인 가정에 입양돼 자라는 아이에 비해 안정감이나 소속감이 떨어지고 질 낮은 양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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