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학용품 ‘빛좋은 개살구’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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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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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선미 씨(33·여)는 다음 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를 위해 최근 책가방을 구입했다. 15만 원이 넘는 고가였지만 조카가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가 화려하게 찍혀 있는 제품이었다. 박 씨는 “표면에 코팅 처리도 돼 있어 예쁘고 튼튼해 보여 구입했다”며 “조금 비싸지만 조카가 좋아하기 때문에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을 골랐다”고 말했다. 박 씨의 선택이 조카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입학과 새 학년 진급을 앞둔 2월은 1년 중 학용품 수요가 가장 많은 달이다. 부모뿐 아니라 삼촌과 이모들도 앞다퉈 학용품 선물 공세에 동참한다. 대부분 인기 캐릭터가 그려졌거나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1순위로 꼽는다. 그러나 보기에 멋지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재질로 만든 책가방의 표면에는 프탈레이트가 함유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호르몬 작용을 방해해 성장기 어린이의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화려한 색상의 제품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페인트에는 납 카드뮴 크롬 같은 중금속이 들어있을 수 있다. 중금속은 피부를 자극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지능 발달을 방해할 위험도 있다.

향기 나는 지우개는 어떨까. 향기가 강한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향료가 많이 사용됐다는 증거다. 향료 중에는 독성물질을 함유한 경우가 많다. 너무 말랑거리면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많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눈처럼 새하얀 종이로 만든 노트를 구입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형광증백제(종이를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물질)나 표백제를 사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자칫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 책이나 종이를 꽂는 파일은 플라스틱보다 종이나 판지 소재가 좋다. 가정통신문 등을 철할 때 쓰는 클립은 색상이 있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것이 좋다.

선진국에서는 비가 올 때나 야간에도 잘 식별될 수 있도록 야광색을 넣은 가방을 권장하기도 한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전보다는 화려함만 강조하다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유해물질 걱정을 덜 수 있는 ‘착한 학용품 구매가이드’를 마련해 전국 학교와 유치원에 배포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지윤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가급적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라며 “KC마크(국가통합인증)가 있는 학용품을 사용하고 아무런 표시도 없는 수입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가이드는 ‘어린이 환경과 건강 포털’ 홈페이지(www.chemistory.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학용품#구매가이드#새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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