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파트 애물단지가 ‘난방효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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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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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나뭇가지 재활용… 목재 펠릿공장 준공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1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세워진 목재 펠릿 공장 안에서 이날 생산한 목재 펠릿을 보여주고 있다. 노원구 제공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14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세워진 목재 펠릿 공장 안에서 이날 생산한 목재 펠릿을 보여주고 있다. 노원구 제공
14일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 공릉동 효성아파트에서는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단지 내에 심어진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5층 아파트보다 높이 자란 메타세쿼이아는 그동안 태풍이 불면 아파트 벽면과 지붕에 부딪쳐 피해를 입혔지만 처리 비용 때문에 자르지 못하고 방치했다.

아파트 관리소장 송만재 씨는 “5년 전 단지 내 메타세쿼이아 194그루를 자르기로 했는데 견적이 2500만 원이나 나와 포기했다”며 “이번에 노원구가 당시 견적의 50%만 받고 처리해 준다고 해 큰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아파트 단지 내 나무나 가로수의 가지치기 등으로 나오는 나뭇가지들을 수거해 바이오연료로 만드는 목재 펠릿(톱밥 뭉치) 공장을 14일 준공했다.

공장에서는 수거한 나뭇가지와 폐수목을 톱밥으로 만든 뒤 이를 건조하고 압축해 손톱만 한 크기의 펠릿을 만든다. 전국에 20여 곳의 상업용 팰릿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서울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공장을 세운 것은 노원구가 처음이다.

이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0.5t으로 연간 80t 이상 생산이 가능하다. 노원구는 생산한 펠릿을 시중 가격의 절반 정도인 20kg당 3000원에 구내 저소득층에 공급할 계획이다.

펠릿은 목재를 바로 태울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분의 1밖에 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특히 노원구의 펠릿 공장은 노원구 전체 주택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매년 나오는 나뭇가지와 태풍이나 병충해로 쓰러지는 가로수들을 활용해 재활용 연료를 생산하는 것이어서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이고 노원구도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목재 펠릿을 연료로 쓰려면 별도의 보일러를 설치해야 한다. 대당 350만∼450만 원이지만 70%가량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해줘 본인 부담은 100만 원 정도다. 펠릿 보일러는 일반 가정의 기름보일러와 비교해 난방비를 50% 정도 절약할 수 있다. 노원구는 지난해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단독주택 3곳에 펠릿 보일러를 무상으로 설치했다.

겨울철만 되면 난방비 부담이 컸던 노원구 상계동 이순희 씨(75·여)의 집도 지난해 11월 펠릿 보일러를 설치했다. 이 씨의 집은 작은 한옥이지만 장애가 있는 아들이 집안에만 머물러 겨울철 내내 기름보일러를 돌려야 했기 때문에 난방비만 한 달에 40만∼50만 원이 나왔다. 이 씨는 “노원구에서 펠릿 보일러를 지원해 줘 난방비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올해 20대의 펠릿 보일러를 추가 보급하고 2015년까지 50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도시에서 발생되는 폐목재를 활용한 ‘도시형 바이오연료’ 사업이 서울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자치단체의 모범사례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노원구청장#공릉동#목재펠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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