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 장터 이상하다, 농부-손님 ‘푸드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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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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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둘째주 토요일… 대학로에 웰빙장터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도시장터 ‘마르쉐@혜화동’에서 한 요리사가 즉석에서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면 채소 등 파스타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생산지와 생산자를 표시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도시장터 ‘마르쉐@혜화동’에서 한 요리사가 즉석에서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면 채소 등 파스타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생산지와 생산자를 표시했다. 여성환경연대 제공
“충남 청양군 최상호 할아버지네 청양고추와 가리비를 넣은 파스타 한번 드셔보세요.”

“옥상에서 직접 키운 바질 씨앗입니다. 화분도 옥상 텃밭의 천막을 재활용했어요.”

한파가 잠시 숨을 죽였던 2일 낮.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앞에서 왁자지껄한 장터가 펼쳐졌다. 얼핏 보면 흔한 장터 같지만 둘러볼수록 이 장터, 뭔가 이상했다.

농작물은 도시농부들과 시골농부들이 직접 들고 나왔다. 유기농 채소로 요리를 하며 요리사와 손님이 요리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끌며 물건을 담기에 급급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도시장터 ‘마르쉐@혜화동’의 풍경이다.

‘마르쉐@혜화동’은 시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마르쉐(marche·옳은 표기는 마르셰)’에 장소 전치사 at(@)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사실 특별하진 않다. 감자 고구마 당근 사과 등 농작물과 타르트 쿠키 과일잼 천연효모빵 등의 음식, 도자기 화분 복주머니 앞치마 등 소품 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파는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채소, 음식, 공예품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건의 스토리를 팔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만든 거예요?” 오이 양파 당근 등을 초절임한 병을 집어 들고 물어봤다. “모두 홍대텃밭다리에서 직접 키운 거예요. 맛이 좀 심심하죠? 인공재료가 안 들어가서 시고 짠 맛이 덜한 대신 채소 본연의 맛이 많이 납니다.” 도시농부 김태균 씨(29)가 ‘도시텃밭’에서 씨를 뿌릴 때부터 피클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도시텃밭은 지역 주민, 직장인, 예술가, 청년 등이 모여 서울 도심에서 농사체험을 통해 공동체의 소통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철공소와 예술가 작업실의 공존으로 명소가 된 문래예술창작촌에서는 2011년부터 건물 옥상 100m²에 텃밭을 가꿔 농작물과 꿀벌을 키운다. 지난해 마포구 동교동의 건물 옥상 80m²에서 시작된 홍대텃밭다리도 비슷한 취지로 세워졌다.

농부와 요리사가 만나서 즉석 ‘컬래버레이션’을 연출하기도 한다. 경남 함양군의 농부가 생산한 사과와 서울 성북동의 베이커리가 만나 사과컵케이크가 만들어진다. 타악기와 멜로디언, 기타 공연이 펼쳐져 한바탕 축제 같았다. 장터에 일회용품은 전혀 없었다. 요리를 주문하면 보증금을 받고 그릇과 젓가락을 빌려 준다.

이 같은 도시장터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충격으로 싹이 텄다. 이보은 여성환경연대 대안생활위원장은 “원전사고 이후 내가 먹고 쓰는 것들이 어디서 생산돼 어떻게 내 손까지 오게 되는지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며 “이후 문래도시텃밭에서 도시농부들이 토론하면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마르쉐@혜화동에 이어 연남동 등 다른 동네에서도 주민과 함께 지역 마르쉐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첫 장을 연 마르쉐@혜화동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장을 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 대학로를 찾아가면 도심 속 장터의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오전 11시∼오후 4시에 장이 서는데 오후 3시를 넘어서면 물품이 동이 나는 경우가 많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이색장터#마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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