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무등산 ‘생오지’에 문학을 품다

  • Array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 문순태 작가, 고향 담양에 ‘문예창작촌’ 재단 설립

2006년부터 소설대학을 개설해 작가 15명을 배출한 생오지 소설의 집. 문 작가는 소설 대학을 ‘생오지 문예창작촌’으로 새롭게 꾸려 작가의 산실로 만든다. 생오지 문예창작촌 제공
2006년부터 소설대학을 개설해 작가 15명을 배출한 생오지 소설의 집. 문 작가는 소설 대학을 ‘생오지 문예창작촌’으로 새롭게 꾸려 작가의 산실로 만든다. 생오지 문예창작촌 제공

서울에서 대리운전사로 일하는 최해수 씨(51)는 2010년 3월 무등산 자락인 전남 담양군 남면 생오지마을을 찾았다. 최 씨는 생오지마을에서 ‘소설대학’을 열고 있는 문순태 작가(73·사진)에게 틈틈이 써온 소설 한 편을 내놓았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찾아온 최 씨를 문 작가는 돌려보냈다. 작품 완성도가 떨어지는 데다 배우겠다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었다. 최 씨는 6개월 후 문 작가를 다시 찾아와 ‘받아 달라’고 사정했다. 그해 9월 수강생이 된 최 씨는 소설대학이 개강하는 매주 토요일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서울에서 생오지마을까지 자동차로 6시간 넘게 걸리지만 최 씨는 힘든 줄 몰랐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소설 전개 과정, 인물 묘사 기법 등을 배우고 수강생들과 열띤 토론을 하면서 최 씨는 소설가로서 눈을 뜨게 됐다. 결실은 지난해 10월 맺어졌다.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2012 김유정 신인 문학상’ 소설부문에 최 씨의 단편소설이 당선된 것이다. 그가 쓴 ‘코엑스 시계는 분침이 없다’는 화려하고 번잡한 서울 강남 코엑스몰 광장을 배경으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암울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단편소설 공모전 중 최고 수준의 상금인 1000만 원을 받은 최 씨는 100만 원을 최근 소설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문 작가가 고향인 생오지마을에 소설대학을 연 것은 2006년. 그는 최 씨처럼 늦깎이 문인 지망생들이 창작의 꿈을 펼치도록 무료로 운영해왔다. 최근에는 소설대학을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꾸렸다. 서울 연희문예창작촌이나 강원 만해문학마을, 경북 경주 동리 목월문학관 창작대학 등 다른 지역엔 문인 양성을 위한 시설이 많은데 호남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는 게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아파트와 퇴직금 등 6억 원의 사재를 털어 ‘생오지 문예창작촌’을 세웠다. 그가 이사장을 맡았고 제자 주민 등 9명이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현재 소설대학에서는 40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동안 소설대학이 배출한 등단 작가만 15명. 문 작가가 대학에서 가르친 제자까지 포함하면 50여 명에 이른다. 소설가 은미희, 차노휘, 시인 이창수 등이 대표적이다. 생오지 문예창작촌은 소설대학의 연장선이다. 소설에만 국한돼 있던 장르를 올해부터는 시 소설 수필 등으로 넓혀 수강생 90명을 모집한다.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위해 대표적인 문인과 평론가 등을 강사로 초빙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 예정이다. 원로시인 송수권 전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와 시인 강회진, 수필가 오덕렬 씨가 강사로 나선다. 2년 과정으로 첫해는 전학기 입문반, 후학기 심화반으로 편성한다. 수강료는 학기당 20만 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강의를 하며 올해 개강일은 3월 16일이다. 다음 달 1일부터 25일까지 전화나 e메일로 접수한다. 문의 062-225-9119, 061-381-2402, e메일: greenlight123@hanmail.net

문 작가는 “생활 여건 때문에 문인의 꿈을 접었던 분들이 많다. 또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문예창작촌은 그런 분들을 위한 교육 공간”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무등산#문순태#소설대학#문예창작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