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서민아파트 빈 상가에 공동체의 꿈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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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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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영구임대아파트에 어린이-청소년 복지시설
장난감 빌려주고 체육시설 설치… “아이들에 쉼터 역할”

26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하남주공아파트 상가 1층 시우터에서 어린이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6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하남주공아파트 상가 1층 시우터에서 어린이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6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하남주공아파트 상가 1층 시우터. 이곳은 빈 상가를 개조해 지난해 7월 문을 연 장난감도서관이다. 시우터는 ‘굳게 다져진 공동체’라는 의미를 가진 우리말이다. 66m²(약 20평)인 시우터는 장난감과 도서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또래 3명과 보드게임을 하던 김모 양(11·초교 5년)은 “그동안 하남주공아파트 주변에는 무료로 놀 공간이 없었는데 시우터가 생겨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시우터가 자리한 하남주공은 영구임대아파트다. 주민 1884가구 중 908가구(48%)가 기초생활수급자다. 나머지 976가구 대부분도 차상위 계층, 한부모·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이다.

시우터는 가격이 5만∼30만 원에 이르는 큰 장난감 160점을 구입해 500∼2000원을 받고 2주간 빌려준다. 영구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제대로 된 장난감을 갖고 놀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남상문 시우터 담당자(31·하남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한 달에 70만∼80만 원의 수급비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자녀들에게 몇만 원짜리 큰 장난감을 사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우터는 하남주공아파트 주민에겐 1만5000원을, 다른 아파트 주민에게는 3만 원의 연회비를 받는다. 회원들에게 받은 연회비 등은 장난감을 수리하고 새것을 사는 데 쓰인다. 현재 시우터 회원은 120명이며 하루 20여 명이 찾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주모 씨(31)는 “아들이 갖고 놀 장난감 2개를 저렴하게 빌렸다”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장난감도서관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영구임대아파트인 광주 서구 쌍촌동 주공아파트 상가에는 ‘어울림’이라는 청소년 문화 쉼터가 있다. 117m²(약 35평)에는 포켓볼이나 노래방 기기, 탁구대 등 놀이시설이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어울림에는 하루 평균 청소년 20여 명이 찾는다. 쌍촌 주공아파트도 1416가구 중 798가구(56%)가 기초수급자 가정이다. 어울림 담당자 양혜영 씨는 “마땅한 놀이공간이 없어 PC방이나 길거리를 헤매던 아이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경 광주 북구 두암동 주공2단지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상가에도 주민 교육이나 쉼터 역할을 하는 두암골 커뮤니티센터가 문을 열었다.

광주지역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10곳 1만3920가구 중 8681가구(62%)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취약계층이 많이 모여 살면서 지역사회와의 단절·고립, 공동체 의식 부족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우터나 어울림, 두암골 커뮤니티센터는 광주시가 지난해 예산 2억 원을 투입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3곳의 빈 상가에 마련한 주민복지시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나 광주도시공사가 빈 상가를 리모델링해 무상 임대해줬다.

정수택 광주시 사회복지과장은 “영구임대아파트 빈 상가를 이용한 특성화된 주민복지시설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는 영구임대아파트 3곳에 주민복지시설을 추가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하남주공아파트#영구임대아파트#시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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