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는 영물, 뱀로봇 계사년에 뜹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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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구조 뱀로봇’ 연구하는 신호철 원자력硏 연구원

고개 번쩍 든 뱀 로봇 신호철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연구실에 있는 뱀 로봇이 실제 뱀처럼 고개를 번쩍 치켜든 모습. 이 로봇은 S자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옆으로 구르기도 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실제 재난구조 현장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뱀 로봇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대전=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고개 번쩍 든 뱀 로봇 신호철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연구실에 있는 뱀 로봇이 실제 뱀처럼 고개를 번쩍 치켜든 모습. 이 로봇은 S자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옆으로 구르기도 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실제 재난구조 현장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뱀 로봇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대전=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 무너진 건물더미 사이로 뱀 로봇이 투입됐다. 재난구조용 로봇을 만드는 일본국제구출시스템연구기구(IRS)의 ‘능동 스코프 카메라’였다. 이 로봇은 머리 부분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잔해에 묻힌 채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생존자들을 탐색해 화제를 모았다. 뱀 로봇은 터널, 굴, 동굴의 갈라진 틈 등 사람이나 대형 로봇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도 수색활동을 한다.

국내에서도 재난대응 뱀 로봇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31일 대전에 있는 원자력연구원을 찾았다. 신호철 원자력융합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44·사진)의 연구실에서는 기다란 뱀 로봇이 고개를 쳐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길이 1m, 지름 58mm, 기차 모양의 몸통과 눈, 코, 입이 달린 뱀 머리가 흡사 실제 뱀처럼 느껴졌다. 모양뿐 아니라 ‘S’자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옆으로 구르는 등의 움직임도 진짜 뱀과 다를 바 없었다.

신 책임연구원은 이 뱀 로봇이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보낸 영상을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었다.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해 동작을 조작하는 수준”이라며 “실제 재난구조 현장에 투입하려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어야 하고 ‘지능’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뱀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을 지켜본 로봇 개발자로서 일본이나 미국, 이스라엘 등 재난 현장에선 사람 대신 로봇이 투입돼 활약하는 장면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또 곧 무너질 것 같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피해자 가족을 보면서 뱀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습니다.”

신 책임연구원의 과제는 뱀 로봇의 동작을 더 정교하고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처럼 나무를 오르는 뱀 로봇을 당장 만들 순 없지만 자유자재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뱀 로봇을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 중 하나다. 도마뱀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리’가 붙어 있는 도마뱀 로봇은 뱀 로봇보다 설계가 복잡하지만 이동하기가 쉬워 재난구조에 훨씬 유용하다.

뱀 로봇 연구를 시작한 뒤로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는 신 책임연구원은 재난 현장 탐색기능을 갖춘 로봇을 넘어 인명을 구조하는 재난대응 로봇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있다.

그는 “재난구조 현장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고 뱀 로봇 강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과거에도 지금도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면서 “올해가 우리나라에 뱀처럼 지혜롭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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