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주민 “대북삐라 안된다” 보수단체와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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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배단 선점하고 살포 저지, 보수단체 주차장 이동해 강행

탈북자단체들에 이어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도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살포에 나서면서 인근 상인 및 주민들과 마찰이 빚어졌다.

2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이하 국민연합) 회원 40여 명은 29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진각 일대 상인과 주민 100여 명이 이날 오전 먼저 살포장소를 점거하고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국민연합은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500여 m 떨어진 임진각 평화누리 주차장으로 장소를 옮겨 오전 11시 20분경 1차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이들은 경찰의 통제를 받으며 대형 풍선 4개에 전단 3만여 장을 매달아 북으로 날려 보냈다.

양측의 충돌은 평화누리 주차장에서 전단이 날아가는 것을 본 일부 주민이 임진각 주차장 출입구로 몰려와 살포 장소를 빠져나가려는 시민단체 회원을 막아서며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가스통을 실은 시민단체 회원 소유의 차량 1대의 앞 유리를 둔기로 내리쳐 금이 갔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주민들은 “보수단체가 촬영용 차량이라고 해서 들여보냈는데 알고 보니 전단을 날리기 위한 헬륨가스차량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연합 측은 “대북 전단 살포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로,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 간 충돌은 경찰이 나서 시민단체가 빠져나가도록 길을 터주며 10분 만에 끝났다. 이어 국민연합은 장소를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통일동산 주차장으로 다시 옮겨 낮 12시 30분경 대형 풍선 3개로 전단 2만여 장을 추가 살포하고 행사를 끝냈다.

임진각 일대 상인과 주민들은 26일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경기 파주경찰서에 다음 달 25일까지 임진각 일대의 집회신고를 냈다. 이에 따라 대북 전단을 계속 살포하려는 시민단체, 탈북단체와 이를 막으려는 임진각 상인·주민 간 갈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탈북자단체들은 22일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했으나 북한의 타격 위협 속에 경찰과 주민들이 막아서 인천 강화에서 전단을 살포했다.

파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임진각 주민#대북 전단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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