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 원전 존폐논란… 주민들 “3년째 결론 미루는 정부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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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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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 한달 남은 월성1호 원전… 존폐논란 가열되는 현장르포

월성원전 1호기 메인컨트롤룸(MCR). 계기반을 맡는 직원들은 한 번 들어가면 8시간
동안 나올 수 없다. 발전소 운영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한 달 치 음식도 구비해둔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원전 1호기 메인컨트롤룸(MCR). 계기반을 맡는 직원들은 한 번 들어가면 8시간 동안 나올 수 없다. 발전소 운영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한 달 치 음식도 구비해둔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10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메인컨트롤룸(MCR).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를 제어하는 ‘원전의 심장’에 해당하는 시설이다. 조작 스위치가 빽빽한 계기반 앞에서 10여 명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최신 터치스크린에 익숙해진 탓인지 구형 기계식 스위치와 꼬마전구가 가득한 계기반은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다. “30년 전에 지은 원전이라 이런 것이냐”고 물으니 선주형 월성원자력본부 차장은 “우리는 첨단보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대답했다. 직원들의 손에 익숙하고 안전도 입증된 기계식 스위치가 낫다는 설명이었다. MCR 천장에는 ‘두 번 확인, 한 번 조작’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 더 쓸 것이냐, 버려야 하나

이 원자로는 11월 20일 ‘설계수명’(30년)에 도달한다. 설계수명에 이른 원전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운영기간을 10년 연장할 수 있다. 10년 뒤 또 심사를 통과하면 다시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007년 설계수명이 다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할 때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여론도 종전보다 나빠졌다. 올해도 정전 은폐사건과 납품비리, 직원 마약복용 등이 연달아 불거져 원전 운영기관인 한수원에 대한 눈길도 곱지만은 않다.

월성1호기 주변 주민들은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시위를 벌이고 있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은 “수명연장(계속운전)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원전 계속운전이나 추가 건설에 반대한다고 공언했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원전 운영에 부정적이다.

속이 타는 건 겨울 전력위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수급을 책임져야 할 지식경제부다. 당장 1kW가 아쉬운 때에 대구시 연간 전기소비량의 38%를 생산하는 67만 kW 규모의 발전소를 멈춰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에는 약 3조 원이 든다. 순전히 경제적 측면만 따진다면 안전에 문제없는 시설을 버리고 더 비싼 단가로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소를 지어야 하니 이중으로 돈을 낭비하는 셈이다.

○ 계속운전 허가는 3년 전에 신청했지만


원전이 없던 지역에 신규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이 아니라 여태까지 원전 옆에 살아온 주민들이어서인지 반대추진위원회의 태도는 반핵(反核) 환경단체들과는 다소 달랐다. 외부 환경단체들과 ‘연대’하고 있지도 않다.

이진곤 위원장(59)은 “근거 없는 불안이나 공포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안전 문제가 아니더라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땅값이 하락하고 선입견에 시달리는 등 원전 인근에 산다는 이유로 받는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운전이든 폐로(廢爐)든 정부가 확실한 계획을 갖고 설명을 해줘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초조해진 주민들은 주로 원전 운영주체인 한수원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한수원 역시 답답한 처지다. 한수원이 2009년 월성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 신청을 냈지만 원안위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청구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월성1호기가 낡은 발전소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모 세대의 피땀이 서려 있는 시설이고 안전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이를 버리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주=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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