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 “오락가락 장애등급 판정 못 믿어” 두 달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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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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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형식적 심사 그쳐… 연금공단 납득 못 할 판정” 전국서 무기한 농성 계획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기한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광화문 지하철역 지하도의 9일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무기한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광화문 지하철역 지하도의 9일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뇌병변 장애인 3급인 박혜민 씨(34)는 대중교통을 혼자서 이용하지 못한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계단을 내려갈 수 없다. 에스컬레이터도 주변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로 A4 용지 한 장짜리 문서를 만들 때는 2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는 최근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서 등급 재심사를 받았다. 전기나 전화요금 할인 같은 혜택을 계속 받으려면 재심을 받으라고 지방자치단체가 통보했다. 결과는 6급. 장애는 중증도에 따라 1∼6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낮은 등급이 나왔다. 그는 “병원 의사가 3급이란 소견을 냈는데, 공단은 왜 6급으로 낮췄는지 모르겠다. 형식적인 서류심사에 그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단은 “보행이 가능하니까 6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장애등급제는 전 세계 중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제도다. 1989년 도입됐다. 국내 등록된 장애인은 254만 명. 병원 의사가 소견서를 제출하면 공단 장애심사센터에서 등급을 최종 판정한다. 정신장애자와 호흡기·심장·신장 질환자는 2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 165개 장애인 단체 및 시민단체는 이런 장애등급제의 폐지를 주장하며 전국에서 시위 및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근처에 8월 21일부터 농성 캠프를 꾸몄다. 광화문역 이외에 경기, 전주, 대구, 부산에서도 정기적으로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들에게 장애등급제의 불합리성을 알려달라며 ‘10만인 엽서쓰기’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3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태규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등급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들은 장애 판정이 정밀하지 않고,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점을 문제 삼는다. 광화문역의 농성에 참여한 장애인 A 씨는 “지자체 지원을 받으려면 등급 재심사가 필요한데 처음보다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이유로 신청을 포기하는 장애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장애인 등급 판정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등급 판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절차나 과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의 상태를 제대로 반영할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겼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장애등급제#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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