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작은 변화 관찰, 칭찬으로 ADHD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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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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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치료 없이 담임교사와 아버지의 노력으로 ADHD를 극복하고 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김범준 씨(오른쪽)와 아버지 김희용 씨.
약물 치료 없이 담임교사와 아버지의 노력으로 ADHD를 극복하고 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김범준 씨(오른쪽)와 아버지 김희용 씨.
자녀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은 부모는 약물치료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약을 먹은 후 아이가 두통, 식욕 저하,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김범준 씨는 약물치료 없이 부모와 담임교사의 노력으로 ADHD를 극복한 경우다.

아버지 김희용 씨(54)가 처음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아들이 네 살 때다. 당시 아들은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지시에 잘 따르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수업이 끝나기도 전 무단조퇴 후 집에 가 컴퓨터 게임을 하기 일쑤였다. 시험을 보면 답안지를 백지로 내기도 했고, 고등학생 때는 성적이 뒤에서 1, 2등을 다퉜다.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집중해서 하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랬던 그가 바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당시 아버지 김 씨는 아들에 대해 송형호 담임교사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침 송 교사는 과거 ADHD 학생을 지도한 경험이 있어서 제자의 행동을 보고 ADHD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담임교사가 소개해 준 ADHD 전문 의사에게 찾아가 아들의 과거 모습과 행동을 설명했다. 의사는 ‘ADHD로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써주며 “이 정도라면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의 아내와 아들은 “조금 예민하고 과다한 집착일 뿐이지 병이 아니다”라며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소견서를 바탕으로 송 교사는 학교 전체 교사들에게 “범준이가 수업시간에 자거나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깨우거나 혼내지 말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후 송 교사와 아버지 김 씨는 범준 씨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ADHD 전문가 강의를 함께 듣고 아이의 병에 관해 공부하고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범준 씨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송 교사는 그가 펜을 들고 자는 것을 발견했다. 수업시간에 펜을 들고 수업에 참여한 적 없던 범준 씨에게 나타난 큰 변화였다. 송 교사는 반 전체 학생들에게 “수업에는 관심 없던 범준이가 펜을 들고 잔다”고 말했다. 자다가 깬 범준 씨는 멋쩍어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수업시간에 그는 잠을 자지 않았다. 송 교사는 부모에게 문자를 보내 “2학년이 되고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업시간에 잠을 자지 않으니 칭찬하고 격려해달라”고 말했다. 송 교사의 부탁에 따라 부모는 아들을 칭찬했다. 범준 씨는 조금씩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39명 중 38등을 했던 범준 씨는 기말고사에서 16등을 했다.

송 교사는 범준 씨의 변화를 학급 신문을 통해 알리고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범준 씨는 3학년이 되자 중학교 1학년 공부부터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1년 더 공부 하고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범준 씨는 “송 선생님은 교사와 학생의 업무적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관심을 보여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큰 소리 내지 않으시는 자상한 분”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 씨는 “작은 변화를 자세히 관찰했다가 그 변화를 학습 동기와 연관 지어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칭찬했던 것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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