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체험여행, 학업 동기부여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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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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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하며 체험활동 쌓은 서울 장훈고 1학년 김태영 군

서울 장훈고 1학년 김태영 군은 중학 3년의 기간 동안 홈스쿨링을 하면서 세계 각국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탱구리’를 펴냈다.
서울 장훈고 1학년 김태영 군은 중학 3년의 기간 동안 홈스쿨링을 하면서 세계 각국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탱구리’를 펴냈다.
‘여행은 과거에서 끝나지만 추억은 현재의 나를 바꾼다. 20일의 여정이 끝남은 아쉽지만 그 추억이 내 안에 언제까지나 살아있을 테니까.’

지난해 남미의 에콰도르 브라질 페루 멕시코 쿠바 등지를 여행하고 돌아온 김태영 군(16·서울 장훈고 1)이 여행의 경험을 옮겨 펴낸 도서 ‘탱구리의 중남미 다이어리’의 맨 마지막 구절이다.

김 군은 남미 외에도 지난 3년 동안 몽골 필리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등지를 ‘쏘다녔다’. 아니, 중학생이 어떻게 이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중학 3년의 기간 동안 김 군은 홈스쿨링을 했기 때문이다.

김 군의 아버지는 매우 전향적이었다. “누나 둘이 초중고교를 거치는 모습을 보니 중학시절 정도는 꼭 정규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가치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태영이 생각은 어때?”(아버지)

초등학교를 졸업한 김 군은 처음엔 고민했지만 이내 결단을 내렸다. “가자! 세계로.”

여행은 즐거웠다. 하지만 홈스쿨링은 말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논술학원 하나를 빼고는 학원도 다니지 않고 오로지 홀로 공부했기에 생활이 나태해질 때도 있었다. 태도를 다잡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하는 습관을 몸에 들였다. 부모님은 늘 “너를 믿는다”는 짧은 한마디로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었기에 김 군의 심적 부담은 더 컸다. 부모님의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중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자율형사립고인 장훈고에 올해 입학한 김 군. 그는 과연 학교에 제대로 적응했을까? 놀랍게도 그의 내신, 모의고사 성적은 모두 최상위권. 지난 1학기 내신 성적은 전 과목 1등급이었다. 올 6월 모의고사에서도 국어 수학 영어 탐구영역 모두 1등급. 김 군은 “여행이 오히려 공부에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여행지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학교 수업시간의 교과 내용과 접목시키니 이해도 잘 되고 기억하기도 더 쉽다는 것.

몽골은 산이 없고 공기가 맑아 별자리를 관측하기 안성맞춤이었다. 김 군은 몽골에서 페가수스, 백조, 카시오페아 등 다양한 가을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지구과학 시간에는 마침 별자리를 배우는 순간이 있었다. 수많은 별자리를 외우느라 머리가 아플 법도 하지만 김 군은 굳이 별자리를 외우려 하지 않아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몽골에서 봤던 별자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을 별자리를 경험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봄, 여름, 겨울 별자리도 연관 지어 생각해낼 수 있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준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했던 경험도 도움이 되었다. 진화론에 등장하는 생물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관찰하며 차이점을 스스로 분석했던지라 교과서 속 진화론이 마치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인식되었다.

김 군은 홈스쿨링 과정에서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했다. 논술학원도 다녔고, 꾸준히 글을 읽고 썼다. 이렇게 길러진 글쓰기 실력으로 그는 여행의 경험을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두고자 틈틈이 수필로 썼다.

김 군이 최근 낸 책은 이런 그의 원고를 우연히 본 지인이 “수필을 책으로 묶어 내보라”고 권유한 데 따른 것이다. 383쪽에 이르는 ‘탱구리의 중남미 다어어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 군은 “먼 길을 돌아 집에 왔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여행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을 뮤지컬 사이의 ‘인터미션’(막간의 휴식시간)으로 비유했다. 여행은 지금껏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채비를 한다는 의미에서다. “여행을 자주 하면 공부에 집중이 안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군은 답했다. “여행은 두근대는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삶에 집중하게 만드는 훌륭한 자극제가 돼요.”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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