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초등생 학부모 ‘자녀 스포츠교육 삼매경’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내 자녀 왕따 될까’우려… 운동으로 사회성 함양


요즘 서울 양천구의 서울시립목동청소년수련관은 자녀를 데리고 스포츠교실을 찾은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실내수영장 대기실도 자녀가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교습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다. 21일 오후 3시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 A 씨(서울 양천구)는 “초등 2학년 아들의 수영교습이 끝나면 간식을 사 먹인 뒤 바로 축구교실로 갈 것”이라고 했다.

오후 7시 반을 넘긴 시각, 인근의 한 사설 체육교실에선 초등 1∼3학년 학생들이 축구와 농구, 핸드볼 경기를 하며 실내코트를 누비고 있었다. 이 체육교실을 운영하는 오모 씨(36·서울 양천구)는 “전체 수강생 중 90% 가량이 유·초등생이다. 자녀에게 일찌감치 구기종목 교육을 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저학년 초등생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체육교실을 이용 중인 초등 2학년 남학생의 학부모 정모 씨(38·서울 강서구)는 “아들이 평일과 토요일을 활용해 축구와 수영을 배우고 있다. 아들이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아 곧 농구도 시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초등생 스포츠열기… 배경에는 ‘왕따’문제도

최근 초등생 사이에 스포츠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다. 상당수 초등생은 방과후학교, 토요체육교실 등 교내 스포츠활동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사설 스포츠교육시설에서 별도 스포츠강습을 받는다. 2개는 기본, 많게는 4개 종목을 배우는 학생도 있을 정도.

이처럼 초등생 학부모들이 자녀 스포츠교육에 열성을 보이는 데에는 왕따(집단따돌림) 문제에서 비롯된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자녀가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스포츠교육을 통해 사회성과 리더십을 길러주려는 것. ‘남학생은 축구를 잘해야 친구들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속설을 초등 학부모들이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일부 학부모, 운동 기피하는 자녀 때문에 ‘골치’

반대로 운동을 좋아하지 않거나 소질이 없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고민이 크다. 초등 3학년생 학부모 D 씨(39·서울 영등포구)가 그런 경우. D 씨는 “아들을 1학년 때 태권도장에 보냈더니 한 달 만에 하기 싫다며 그만뒀다. 아들이 운동신경이 좋지 않은 데다 과체중인 탓에 스스로 운동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억지로 수영강습과 축구교실에 끌고 다니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초등학교 체육교과담당교사들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에게 강제로 운동을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자녀에게 단체 구기종목을 강요하면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는 데다 자녀의 운동능력에 맞지 않은 운동을 시킬 경우 쉽게 다치거나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 체육교사들 “가족이 다 함께 운동을 해라”

스포츠를 부담스러워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자녀의 연령과 운동적성, 운동능력을 고려해 종목과 빈도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횟수는 일반적으로 주 2회가 적절하다. 평일 1회, 주말 1회로 나눠 1시간씩 실시하는 수준이 적당하다. 주말 시간의 절반 이상을 스포츠활동으로 보낼 경우 학업에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종목은 자녀가 부담을 덜 느끼는 한 종목을 정해 시작하되 차차 축구, 농구 등 구기종목을 시켜보는 것이 좋다. 당화성 경기 오정초 체육교과담당교사는 “축구를 잘 못하는 자녀에게 다짜고짜 축구를 시킬 경우 오히려 실수를 연발해 주눅이 들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축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면 실력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소규모축구(풋살)로 시작해보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한편 과체중 때문에 운동을 싫어하는 자녀에게는 구기종목보다는 수영을 권해보는 것이 좋다는 게 체육교과담당교사들의 의견이다. 김진형 경기 매탄초 체육교과전담교사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학생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이것이 운동을 싫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면서 “수영은 물속에서 이뤄지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신이 땀을 흘리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다 체력소모량은 구기종목보다 더 많아 과체중 자녀에게 매우 적합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사는 “온 가족이 주말을 활용해 배드민턴 같은 가벼운 스포츠부터 함께 즐기는 것을 생활화하면 스포츠에 자신이 없던 자녀도 서서히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