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102년만에 고국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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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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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자주외교 상징 건물… 문화재청, 40억원에 매입

1900년대 초 당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외관(왼쪽)과 현재 모습. 1891년부터 1905년까지 14년간 주미공사관으로 사용된 이 건물은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국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다. 문화재청 제공
1900년대 초 당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외관(왼쪽)과 현재 모습. 1891년부터 1905년까지 14년간 주미공사관으로 사용된 이 건물은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국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다. 문화재청 제공
미국 워싱턴DC에 남아있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02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 이 건물은 대한제국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국외에 설치했던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공사관이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은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사들이기 위한 최종 협상을 마무리짓고 매입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입가는 350만 달러(약 40억 원).

1877년 건립된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동북쪽 방향 10분 거리인 로건서클 역사지구에 있다.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로 지하 1층, 지상 3층이다. 1891년 11월 조선왕조가 당시로는 거금인 2만5000달러에 매입해 대한제국 말까지 주미공사관으로 사용했다. 공식 명칭이 ‘대조선주차 미국화성돈 공사관(大朝鮮駐箚 美國華盛頓 公使館·주차는 주재를 뜻하며 화성돈은 워싱턴의 한자 표기)’인 이 공사관은 지금의 대사관과 같은 역할을 했다.

문화재청은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조선이 청나라와 러시아, 일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를 하고자 했던 상징으로서 이 건물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자 이 건물의 관리권은 일제로 넘어갔다. 일제는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을 2개월 앞둔 1910년 6월 단돈 5달러에 이 건물을 강제로 사들였고 경술국치일(8월 29일) 사흘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았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정부와 재미동포 단체들은 여러 차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매입을 시도했지만 1977년부터 이 건물을 소유해 거주해 온 민간인 소유주와의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올 초 문화유산국민신탁을 매입 주체로 정하고 미국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를 선임해 소유주와의 협상을 진행해 17일(현지 시간) 최종 매입계약서에 서명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강제로 빼앗긴 우리 건물을 100여 년 만에 후손들의 힘으로 다시 사들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정부와 재미동포를 포함한 민간이 함께 진정성을 갖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올해 내로 건축물 내외부에 대한 정밀조사를 한 후 전문가 검토와 재미동포 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건물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워싱턴#대한제국공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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