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과 한국-러 파트너십… “천연가스관 北구간 건설, 러시아가 맡는게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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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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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한국슬라브학회-러 극동연방대 공동주최

《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항구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다음 달 8, 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3번째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심 과제로 극동 개발과 이를 통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정했다. 러시아가 자국에서 개최한 국제회의 중 가장 큰 APEC 회의를 이곳에서 여는 것은 이런 푸틴 대통령의 동진(東進) 의지를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은 APEC 회의를 계기로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북 접근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과 한국슬라브학회(회장 고상두 연세대 교수), 러시아 극동연방대(총장 세르게이 이바네츠)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한국-러시아 파트너십’을 주제로 20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러시아와 한국의 극동문제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해 △한-러 지식기반의 협력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남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남-북-러 천연가스관 사업 등 3개 주제로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러시아와 한반도의 협력에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 》
○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

러시아의 동진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국슬라브학회, 러시아 극동연방대는 20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러시아 극동지역과 한국-러시아 파트너십’을 주제로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남북한과 러시아 간 에너지와 물류 및 지식 협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러시아의 동진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국슬라브학회, 러시아 극동연방대는 20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러시아 극동지역과 한국-러시아 파트너십’을 주제로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참석자들이 남북한과 러시아 간 에너지와 물류 및 지식 협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한국과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서로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방형남 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러시아는 북한에 막힌 탓에 한국에서 존재감을 피부로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간 직선거리가 서울∼베이징, 서울∼도쿄보다 짧은데도 한국인은 모스크바만을 떠올려 유럽 국가로만 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달랐다. 유학수 선문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연해주와 해삼위(海蔘威·블라디보스토크의 한자 표기)가 더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APEC 회의를 계기로 극동의 전략적 중요성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는 극동지역 발전을 적극 추진하면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고상두 교수는 “APEC를 계기로 연해주는 아태지역과 획기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 일본 등 주변 다른 나라에 비해 러시아와의 협력에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는 중국이지만 러시아에 위협도 되는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와 일본은 끈질긴 영토분쟁 탓에 협력에 한계를 느낀다는 것. 루킨 아르툠 극동연방대 교수는 “극동은 한국과 가장 효과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 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꿈의 물류망

한반도종단철도(TKR)를 극동의 TSR와 연결하면 부산에서 유럽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가 완성된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러시아가 힘을 모아 북한을 이 프로젝트에 이끌어내자”고 말했다.

미하일 홀로샤 극동 해양연구디자인 및 기술연구소(FEMRI) 박사는 “러시아철도공사가 현재 한국철도(KSR)와의 연결 계획을 연구하고 있다”며 “러시아철도 전문가가 참여한 회사가 북한에 설립됐고 현재 전문가들이 북한 철도 전문가들에게 철도 관리 등을 교육한다”고 소개했다.

한반도 구간이 끊겼지만 한국은 TSR 이용 1위 국가다. 이성우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은 “부산에서 핀란드까지 보낼 경우 해상 운송보다 배로 연해주까지 온 뒤 TSR를 이용하면 13∼17일이 단축된다”고 소개했다. 2007년 연해주 보스토치니 항에서 처리한 TSR 컨테이너의 국가별 총량은 한국 68%, 중국 29%, 일본 3%이다. 이 실장은 “연해주 항구의 처리능력 한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즈네초프 블라디미르 극동연방대 국제관계 및 지역학대학장은 “극동지역은 TSR 말고도 북극 교통망이 있다”며 “북극을 통과하는 물류체계가 건설되면 유럽과 극동이 크게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앙 부처로 신설돼 극동 개발의 중심축 역할을 맡을 빅토르 이샤예프 극동개발부 장관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하바롭스크 주지사 시절 ‘하바로프에서 부산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란 책을 쓸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 한국 북한 러시아의 에너지 협력은 모두에 이익

러시아에서 북한을 경유해 한국까지 잇는 천연가스관은 당초 목표인 2017년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격협상이 타결되지 않았고 중간에 밸브를 잠그는 등의 공급 안정성 우려, 통과료를 핵개발 등 군사비로 전용할 우려 등 ‘북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북한에 대한 한국인의 최근 정서를 고려할 때 북한 구간은 러시아가 전적으로 투자해 가스관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접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통과료 역시 최종 소비국인 한국이 북한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툠 교수는 “한국 일각에선 북한 리스크를 없애려고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지을 예정인 액화천연가스 설비에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러시아는 가스관 건설을 더 선호한다”며 “가스관은 유럽에서 보듯 상업적일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가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빚자 2009년 러시아가 가스관 밸브를 잠그는 바람에 유럽연합 17개국과 우크라이나가 ‘가스대란’을 겪은 바 있다. 가스관을 건설해 놓으면 러시아도 한반도에 이와 유사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아르툠 교수는 “러시아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한국가스공사가 다방면에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자”라면서 “가스프롬은 큰 회사지만 시베리아 개발을 혼자서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미나 참석자 및 발표자


블라디보스토크=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러시아#천연가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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