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법정구속…총수 ‘지위남용’ 엄벌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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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전례 뒤집어…대기업 오너 판결영향 주목

"내부거래 계열사 손해 유죄, 주식저가매각 등 일부는 무죄"

법원이 1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까지 한 것은 재벌 총수의 관행적인 횡령·배임 범죄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적으로 경제 민주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과거의 '솜방망이 처벌' 전례를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재벌총수 집행유예 판결금지'는 현재 입법 구상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날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가 예전처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논리만으로 구속을 면해주는 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판결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서경환 부장판사는 '지배주주로서 영향력과 가족의 지위', '범행의 최대 수혜자', '신의 경지로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 등의 표현을 판결문에 삽입했다.

재벌 회장이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남용하고 범행에 따른 이익을 취한 점을 엄하게 다스릴 수밖에 없는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인 한유통·웰롭은 지난 2005년 당시 각각 2000억 원, 1000억 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다.

재판부는 당시 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장이던 홍동옥씨가 김 회장의 승인을 받아 그룹 계열사의 부동산 내부거래를 통해 거액의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유통과 웰롭 부채를 해소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서 부장판사는 "부동산 내부거래에 있어 재산상 손해 여부는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개발가치를 고려해 고가에 매수하더라도 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그룹 계열사가 보유하던 동일석유 주식을 누나에게 저가 양도하도록 해 계열사에 142억 원의 손해를 끼친 사실에 대해서도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됐다.

비자금으로 여겨진 계열사 차명주식과 관련해서는 양도소득세 포탈액 26억 원 중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산정된 15억 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적시됐다.

하지만 법원은 2005년 그룹 내 IT계열사인 한화S&C 주식을 세 아들에게 저가로 매각한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한화 측이 주장한 주식 가격의 산정이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03년 그룹 5개 계열사가 대한생명 주식을 인수할 당시 함께 받은 콜옵션을 한화와 한화건설에 무상으로 양도하도록 해 계열사가 손해를 보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김 회장은 지난 1994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2007년에는 이른바 '보복폭행'으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2008년 8월 사면됐다.

이날 김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현재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대기업 회장 또는 총수 일가에 대한 향후 법원의 판단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 부장판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형선고는 2009년 도입한 양형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과거 기업 총수 재판에서처럼 경영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초 실형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례가 양형기준이 적용된 첫 사례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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