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부쳐도 빚 못갚는 ‘깡통상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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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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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6개銀 상업용대출 현황 보고서



최모 씨(62)는 2년 전 은퇴한 뒤 서울 강북지역의 복합쇼핑몰 안에 ‘게임방’을 냈다. 임차를 하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은행에서 8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구입가격은 1억2000만 원. 문제는 가게를 차린 이후였다. 쇼핑몰에 손님이 너무 적다 보니 게임방도 파리를 날렸다. 이자가 밀리기 시작하자 결국 은행이 상가를 경매에 부쳤다. 하지만 낙찰가가 고작 3000만 원이었다.

광고회사 임원을 끝으로 지난해 퇴직한 김모 씨(57)는 서울 아파트를 처분한 돈과 퇴직금 등 8억 원으로 인천에 식당을 열고 텃밭 딸린 집도 샀다. 김 씨는 식당과 집을 담보로 7억 원을 대출받아 영업에 나섰지만 ‘안정된 노후’는 아직 멀기만 하다. 그는 “월 매출이 1000만 원은 돼야 원리금을 갚을 수 있지만 손님이 줄어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를 포함한 퇴직자들이 대거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상가 등을 담보로 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가가격이 폭락해 경매로 넘어가도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생계형 대출이 대부분인 상업용 대출의 부실이 심화하면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국내 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 및 잠재위험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IBK기업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업용 대출은 5월 말 기준 196조8000억 원으로 주택담보대출 223조8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0년 8.0%, 2011년 11.9% 각각 늘더니 올해는 5월까지 4.9% 증가했다. 변성식 한은 조기경보팀 차장은 “은퇴자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상가담보대출이 늘었고 2011년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규제가 덜한 상업용 대출영업에 열을 올려 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최 씨나 김 씨처럼 상가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소매, 음식점 자영업자들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대출의 연체율은 5월 말 현재 1.44%로 지난해 말보다 0.47%포인트 뛰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0.9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반면 경매 낙찰가율은 낮아지고 있어 상가담보대출 비중이 35.0%인 전체 상업용 대출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한 상가(11m²)는 최근 경매에서 95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감정가액 1억 원의 9.5%에 불과한 헐값으로 은행은 대출금 7000만 원의 14%를 회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상가담보대출 49조5000억 원 중 경매 평균 낙찰가율 63.0%보다 많이 대출된 금액이 모두 12조7000억 원으로 전체 상업용 대출의 25.6%에 이른다. 전체 상업용 대출 4건 중 1건이 ‘깡통 대출’인 셈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까지 감안하면 상업용 대출의 실상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깡통상가#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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