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35년… 재정위기 해법 없나]<下>지속가능한 시스템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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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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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질환자에 퍼주기 지원 줄여야

“현 건강보험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핵심과제는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자문기구인 보건의료미래위원회 3차 회의(지난해 6월)에서 나온 김한중 당시 위원장의 발언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위기의 모든 해법이 들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건강보험료로 거둔 액수는 32조9221억 원. 건강보험 공단이 지출한 돈(급여비)은 이보다 3조 원 이상이 많은 36조560억 원이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곳간’이 비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국내 직장인의 건강보험료율은 소득의 5.64%다. 독일 14.9%, 프랑스 13.6%와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보건의료미래위원의 상당수가 보험료 인상에 공감했지만 실행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물론 건보료 인상이 능사는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의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중·장기적 관점의 재정운용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 및 약제비 절감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건강보험 기금화 등 4가지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령 건강보험 재정은 2003∼2005년에 1조794억∼1조567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일부 암을 대상으로 2005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2006년 양전자방출단층(PET) 촬영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2006년 747억 원, 2007년 2847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환자는 당장 혜택이 늘어서 좋지만 재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셈이다.

고소득자의 건보료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많다. 직장인 하모 씨(36)는 지난해 5억3000만 원의 임대소득을 거뒀다. 그는 직장연봉 1800만 원을 기준으로 책정된 4만2000원을 매달 건보료로 냈다. 2010년 기준으로 재산이 100억 원 이상이지만 월급이 100만 원 미만이라 그에 상응하는 건보료로 2만2255원만 내는 직장인이 149명이다.

자식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고소득 은퇴자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런 사람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나아가 직장과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똑같이 부과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한 환자 부담 역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건보재정에서 감기 환자에게 투입된 비용만 2조8504억 원이었다. 암 환자 94만4414명에게 지급된 3조6496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이 감기로 얼마나 병원을 많이 찾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2008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진찰 건수는 13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9회)보다 2배 정도 많다.

감사원 산하 감사연구원의 오윤섭 연구관은 ‘건강보험재정 위험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건강보험에 대해 여러 통제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제도가 완전하지 못해 생기는 비효율성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건강보험#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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