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에어컨 켜줘요”… “전기요금 많이 나와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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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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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교실 ‘더위와의 전쟁’

서울 K중 학생들은 요즘 쉬는 시간이 되면 정수기 앞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찜통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가 땀범벅이 되자 갈증을 없애기 위해서다. 정수기의 냉수 기능이 고장 났지만 더운 물도 가리지 않는다.

서울 S고는 지난주에 기말고사 시간을 학년별로 달리했다. 3학년이 오전 9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시험을 치르고 하교하면 1, 2학년 시험이 시작됐다. 오전 11시 전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는 학교 방침에 따라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고3이 먼저 시험을 치르게 했다. 1학년 교실에서는 26도에 맞춘 에어컨과 선풍기 4대가 쉬지 않고 돌아갔지만 남학생 50여 명이 뿜어내는 열기와 땀 냄새가 진동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속에 학교들이 더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르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한국전력공사는 겨울철 전력 사용량이 여름철보다 많아지자 올해부터 요금 체제를 바꿨다. 기본요금을 매길 때 7∼9월의 최대수요전력이 아니라 12∼2월의 최대수요전력까지 포함시켰다. 전기료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전력난을 막자는 취지였다.

문제는 일선 학교에서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많은 전기를 쓴다는 점. 이를 포함해서 기본요금을 산정하다 보니 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 S고는 올 6월 전기사용량이 작년 같은 달보다 적은데도 300만 원가량 오른 1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 학교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뒤에야 요금 방식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무상급식이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면서 시설비 지원액마저 줄어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의 김규식 교장은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랐다. 학교 운영비가 연간 1억2000만 원인데 이 추세라면 올해 전기료만 800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육지책으로 학교들이 냉방 가동을 줄이자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3 수험생인 전모 군은 “친구들이 더위를 먹어서 절반 정도가 수업시간에 잔다”며 “특히 체육수업 후에는 윗옷을 다 벗고 있어도 더운데, 여자 선생님이 들어올 때는 민소매 옷만 입어도 성희롱으로 벌점을 받으니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는 올해만이라도 전기료 지원금을 늘려주고, 내년부터는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호소한다. 서울 J고 행정실장은 “학교 예산은 그대로인데 무상급식이나 시설 유지에 드는 돈은 늘어났다. 공공요금까지 뛰면 학교 부담이 너무 크다”고 전했다. 고3 학부모인 임성은 씨(53·서울 서초구)는 “학교 전기료만은 융통성 있게 조절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근희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신진 인턴기자 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  
#학교#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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