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방학에 불꺼지는 ‘지성의 전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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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여름철 전력난 대비… 방학맞아 도서관 일부 폐쇄
“시험준비 어디서 하라고…” 학생들 불만 목소리 커져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학교 도서관 문을 닫으면 우리는 어디서 공부합니까.”

최근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해 방학 기간에 도서관 시설 일부를 폐쇄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방학과 무관하게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는 9일부터 안암캠퍼스 내 열람실 좌석 4726개 가운데 44%인 2105석을 폐쇄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때 이른 무더위로 캠퍼스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대학도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열람실 일부를 닫기로 했다”며 “열람실 이용률이 평균 44%로 집계됐기 때문에 그만큼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도 중앙도서관 4층에 있는 4열람실을 14일부터 한 달간 닫기로 했다. 광운대도 24시간 운영하던 열람실 한 곳을 폐쇄했다. 서울여대는 지난해 겨울방학에 이어 3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열람실은 닫고 80명 규모의 작은 열람실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국대는 도서관 자료실 마감시간을 오후 3시 반으로 앞당겼다. 방학과 동시에 제2열람실을 닫은 덕성여대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 차원이어서 학생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 학교 측은 방학 중이어서 빈 좌석이 많은 만큼 일부 폐쇄해도 이용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요즘은 방학을 이용해 계절학기 수업을 듣거나 국가고시 및 자격증 토익시험 등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도서관 이용에 학기 중과 방학의 구분이 따로 없다”고 반박한다. “그동안 낸 등록금이 얼마인데 학교가 일방적으로 열람실을 폐쇄하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고려대 김가현 씨(23·여·경영학과4)는 “안 그래도 취업난 때문에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은데 열람실 폐쇄는 너무 가혹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같은 학교 박준영 씨(27·사회학과4)는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보면 대외적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건국대에서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정모 씨(23·여)는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고 도서관에 들렀다 허탕을 쳤다”며 “도서관 자료실은 잠겨 있고 문 앞에 도서관 축소 운영에 대한 안내 공지문 한 장만 달랑 붙어 있어 황당했다”고 했다.

김보수 고려대 총학생회 교육국장은 “당장 다음 달에 치러지는 법학적성시험(LEET)과 의학입문시험(MEET)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 같다”며 “12일까지 추이를 지켜본 뒤 좌석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되면 학교 측에 다시 열람실 전체를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무경 인턴기자 고려대 철학과 4학년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대학#에너지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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