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친환경했더니 바다도 어민도 ‘윈윈’

  • Array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남 장흥 김 유기산 없이 양식… ‘최고급 김’ 거듭나기

전남 장흥군 회진면∼대덕면 해안에서 서식이 확인된 해양생물보호종 잘피. 장흥군 제공
전남 장흥군 회진면∼대덕면 해안에서 서식이 확인된 해양생물보호종 잘피. 장흥군 제공
2일 전남 장흥군청 3층 해양수산과.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5대가 장흥군 대덕·회진면, 관산읍 김 양식장 주변 바다를 비추고 있다. CCTV는 장흥군이 2007년부터 김 양식장에 산(酸)을 쓰지 않는 무산(無酸) 김을 생산하면서 감시를 위해 설치한 것이다. 장흥군 관계자는 “어민들도 친환경 양식을 하니 바다가 풍성한 선물을 준다는 것을 알고 산을 쓰지 말자는 인식이 확산돼 CCTV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 때깔 없다며 천시 받다 최고급 자리매김

무산 김은 처음 출하될 때 광주 양동시장 등에서 “때깔이 좋지 않다”며 천시 받았다. 일반 김은 유기산을 써 파래 등이 없는 데다 윤택이 나지만 무산 김은 윤택은 없지만 향이 진하다. 일반 김 양식장은 파래나 매생이 등이 김에 붙지 않도록 각종 산을 쓰고 있다. 산을 쓰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김을 재배하면 생산량도 줄어든다.

장흥 김 양식어가 180곳은 2007년 이전부터 80% 정도가 산을 쓰지 않았다. 유기산을 쓰더라도 파래 등의 제거효과가 크지 않았다. 이에 어민들은 청정 수산물 생산과 바다를 살리기 위해 산을 쓰지 말자고 약속했다. 어촌계에서는 산을 쓰다가 적발될 경우 공동어장 사용권리를 박탈한다는 내부 규약까지 만들었다.

무산 김을 5년간 양식하니 바다와 소비자들이 선물을 되돌려주고 있다. 장흥에서 연간 생산되는 물김 9200t은 전량 무산 김이며 이 가운데 1700t은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장흥 마른 김은 친환경 수산물 인증을 받아 국내시장에서 최고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농무성으로부터 유기농 인증마크(USDA)를 받아 해외로 수출도 한다. 김 양식어민 김길봉 씨(53·장흥군 회진면)는 “자연식품인 무산 김이 일반 김 가격보다 20∼30% 높게 거래되고 있다”며 “바다를 살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 수산 실천하니 잘피 숲 살아나

장흥군 회진면에서 대덕면까지 40km 해안에는 해양생물보호종 잘피가 4.4km²에 서식하고 있다. 잘피는 산소 공급은 물론이고 각종 해양생물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풀로 육지 갈대숲처럼 군락을 이룬다. 장흥 전체 해안선이 110km인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에서 잘피 군락을 이룬 셈이다. 장흥 해안에서 사라져 가던 잘피 숲이 무산 김 양식을 하면서 복원되고 있다. 잘피 군락에서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각종 해양 생물이 발견돼 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잘피 군락이 확산되는 등 바다 생태계가 되살아나면서 각종 어류자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장흥 연안은 전국 최대 낙지 주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7년 당시 연간 1200∼1300t 잡히던 낙지가 지난해에는 연간 2000t 정도 어획됐다. 전국 낙지 생산량이 7000t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30%가량이 장흥 연안에서 잡히고 있다. 조충일 장흥통발협회 회장(58)은 “김 양식장에서 쓰는 산은 갯벌을 딱딱하고 굳게 만든다”며 “김 양식장에서 산을 쓰지 않으면서 감성돔, 농어, 서대, 낙지를 비롯해 각종 어패류 어획량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장흥군#잘피#친환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