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차주 사이 3, 4단계 하청구조… 실제 손에 쥐는건 운송료의 80%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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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 파업 되풀이, 왜

화물연대 파업에 참가하는 것과 별개로 현장에 있는 화물차 운전사들은 현재 화물운송 구조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3년과 2008년에 이어 되풀이되는 ‘물류 불안’의 근본 원인이 열악한 화물운송 시스템인 만큼 예년처럼 운임 인상에 합의하고 그치는 것은 또 다른 불씨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와 현장 운전사들이 꼽는 화물운송의 가장 큰 문제는 다단계 하청구조다. 국내에서 화물을 보낼 경우 물건을 보내는 수출입업체(화주·貨主)와 운송하는 화물차 운전사(차주·車主) 사이에 많게는 3, 4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인 화물 운송 구조는 화주가 운송업체에 의뢰하고 운송업체는 이를 개별 차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이에 보유 차량이 한 대도 없는 ‘주선업체’가 등장한다. 주선업체는 화물운송 의뢰를 받아 지입차주에게 전달하는 위·수탁 전문회사다. 대형 운송사가 소형 운송사에 물량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또 운송업체나 주선업체끼리도 수수료를 받고 물량을 돌리기도 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싣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 운송할 경우 화주가 대형 운송사에 건네는 대금은 96만 원 수준. 대형운송업체나 운송업체, 주선업체 등이 수수료를 떼고 재하청을 주면 화물차 운전사가 받는 평균 운임은 80%인 77만 원에 그친다. 2008년만 해도 화물차 운전사는 수출입업체가 주는 대금의 88%가량을 받았다. 하청 및 재하청 구조가 수출입업체의 운송비 부담은 늘리고 화물차 운전사의 운임은 낮춘 셈이다.

운송업계에서는 이런 다단계 시스템이 도입된 근본 원인으로 1999년 화물자동차가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것을 꼽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형편이 나빠진 사람들이 진입이 쉬워진 화물운송업계에 대거 뛰어들며 균형을 이루던 수요공급체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듬해 등록제가 다시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수급 불균형은 여전하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운송사의 직접운송비율을 50%로 정하고 내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규정도 다른 소형 운송사와 계약을 맺는 것까지 직접운송비율로 정하는 등 ‘틈새’가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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