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Biz]법률경쟁시대, 나는 대한민국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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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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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활동하는 5~15년차 변호사 100명에게 물어보았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화우 사무실에서 외국인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 고객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로펌에게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필수 과제가 됐다. 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들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화우 사무실에서 외국인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 고객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로펌에게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필수 과제가 됐다. 김경제기자 kjk5873@donga.com
《한국 법률시장이 뿌리부터 변하고 있다. 공식처럼 40여 년간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국내 법조인들’로만 이뤄져 온 국내 법률시장이 법률시장 개방과 로스쿨 제도로 커다란 격변기를 겪게 됐다.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과 새 법조인들에 대한 교육방식 변화 그리고 변호사 수의 급격한 증가에 법조계 인사들은 너도 나도 “변화의 방향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바뀌고 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변화를 가장 앞에서 겪어야 할 ‘오늘날 서울의 평균 변호사들’은 어떤 모습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동아일보가 6월 12∼18일, 서울에서 활동 중인 5∼15년차 변호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주로 사시 35∼45회에 속하는 1960년대 말∼1970년대생 변호사들이 응답했다. 남자는 79명, 여자는 21명이었다.》
○ 눈코 뜰 새 없는 변호사의 하루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변호사의 하루는 일로 가득차 있다. 법무법인 화우 설지혜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전화통화(맨 위 왼쪽), 소송서류 
검토, 프레젠테이션, 동료 변호사와의 의견교환, 법정 변론 등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 법무법인 화우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변호사의 하루는 일로 가득차 있다. 법무법인 화우 설지혜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전화통화(맨 위 왼쪽), 소송서류 검토, 프레젠테이션, 동료 변호사와의 의견교환, 법정 변론 등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모습. 사진제공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화우에서 기업자문을 주로 하고 있는 안상현 변호사는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밤 12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사이에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기업 인수합병(M&A)이 한창 진행될 때는 밤을 새우고 집에 못가는 경우가 다반사. 일부 변호사는 사무실에 아예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밤샘 야근할 때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한다. 변호사 생활 12년차인 안 변호사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바빠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처음 일을 할 땐 기업 측에서 일주일이나 적어도 3, 4일은 시간을 주고 조언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점심에 일을 주고 다음 날 아침 답을 달라는 경우도 많다”며 “기업 환경이 점차 빠르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업들의 일정에 시간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기업 측이 금요일에 일을 주며 ‘월요일 아침에 이사회가 있다’고 하는 날이면 주말은 날아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설문조사 결과 오후 8시 이후에도 야근을 일주일에 2, 3일 정도 하는 변호사가 41%였다. 4, 5일 정도 한다고 대답한 사람도 35%에 이르렀다. 한 달에 3일 이상 주말에 일하는 경우는 41%,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은 24%였다.

변호사 업무의 양대 축인 송무(형사·민사 재판 등 소송에 관한 사무)와 자문에 응하는 것 중 어느 것의 업무량이 더 많을까. 안 변호사는 “일하는 절대량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재판기일이 정해져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송무와 달리 자문 업무는 기업이 일을 언제 맡길지 알 수 없어 시간 활용 계획을 짜기 어려워 특히 더 바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그랜저 몰며 강남 아파트 사는 ‘평균 변호사’

이번 설문조사 결과 평균 변호사의 재산 현황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서울지역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강남-서초-송파구 순이었다. 응답자 중 ‘강남3구’에 사는 사람의 비중은 53%로 과반이었다. 자가주택이 50%, 전세가 39%였다. 주택 형태는 아파트가 83%로 압도적이었다. 주택면적은 30평형(99.2m²)대가 49%, 40평형(132.2m²)대가 29%였다.

변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종은 응답자의 20%가 택한 현대자동차 ‘그랜저’로 나타났다. 그 뒤를 삼성자동차의 SM 시리즈와 현대자동차 에쿠스, 제네시스가 이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소득이 낮은 변호사들도 차는 좋은 것을 타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야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제차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응답자 중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은 5명의 벤츠 운전자를 포함해 13명이었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인 8%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다.

연간 소득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1억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변호사가 여전히 고소득 직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론도 있다. 서초동에서 개업한 한 변호사는 “주변에 파산을 한 변호사도 많이 봤다”며 “그 정도에 이른 사람은 제대로 된 변호사 생활을 하지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로펌의 10년차 변호사라면 대략 1억7000만∼1억9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차가 더 높아지면 그때는 어떤 사건을 얼마나 수임하느냐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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