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직원 70%가 새터민… “우리회사 든든한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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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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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민 2만명 시대… 우드림 썬블라인드社의 가족 만들기

직원의 70%가 새터민인 업체 우드림에서 최숙화 씨가 블라인드를 조립하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직원의 70%가 새터민인 업체 우드림에서 최숙화 씨가 블라인드를 조립하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처음에는 자기들끼리 엄청 싸우더라고요. 왜 저렇게 다투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어∼휴.”

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블라인드 전문 제조업체 ㈜우드림 썬블라인드의 김영수 본부장은 가슴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겉보기엔 여느 중소기업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직원 33명 가운데 24명이 북한에서 탈출해온 새터민이다. 이들은 평범한 중소기업을 설립 5년 만에 업계 정상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 ‘새터민’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함경남도 단천 출신인 최숙화 씨(54·여)는 2009년 입사해 블라인드를 조립한다. 2004년 남한에 들어왔으니 올해로 어엿한 9년차 대한민국 국민이다. 화끈한 성격 덕분에 회사에서는 ‘왕언니’로 통한다. 하루 종일 작업대 앞에 서서 해야 하는 일이라 몸은 피곤하지만 동료들이 있어 늘 힘을 얻는다.

이 회사는 2009년 처음 새터민을 고용했다. 경영 여건이 넉넉하지 않았던 터라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인건비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두 명씩 고용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전 직원의 70%가 북한 출신이다.

하지만 새터민의 직장 생활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사소한 갈등도 다툼으로 번졌다. 사무실에 들어가 용품을 가져오거나 회사 간부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조차 서로 눈치를 보고 오해하기 일쑤였다. 직원끼리 신뢰 대신 오해가 쌓이니 회사를 그만두는 일도 잦았다. 이 회사의 새터민 평균 근무기간은 1년 미만이었다. 주어진 자율 속에서의 규칙, 공동 작업, 기술 습득의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북한 체제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감시하던 습관이 오랜 기간 몸에 밴 것도 한 이유다.

○ 새터민 2만 시대, 수도권에 65% 집중

매일 티격태격하던 새터민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새터민에게 가정 못지않게 끈끈한 남한의 직장 문화를 알려주고 회식 자리도 자주 만들었다. 정부 지원 정보도 알려주고 직원 가정에 블라인드를 무료로 설치해 주면서 믿음을 쌓아갔다. 점차 이직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2007년 남한에 온 송춘화(가명·45·여) 씨는 “전에는 안 그랬다지만 요즘 출근하면 비슷한 경험의 새터민이 많아 서로 의지해 가며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줘 든든하다”고 했다.

회사도 새터민을 고용한 후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2009년까지 연 매출액이 8억 원에 불과했지만 건설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50억 원을 넘겼다. 1485m²(약 450평) 규모로 공장을 늘려 현재 자리로 옮겼다.

입국한 새터민이 4월 말 2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5978명) 경기(5692명) 인천(1950명) 등 수도권에 65%가 살고 있다. 이제 더이상 새터민은 생소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이 살아간다. 대부분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사회 취약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우드림#새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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