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비상” 빨간불에 순환 정전… 15분만에 火電6기 전력 아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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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공포’ 사상 첫 정전 대비 훈련해보니

컴컴한 병실 vs 문 연 채 에어컨 펑펑… 정전 대비훈련 극과 극 정부가 전 국민이 동참하는 전력위기 대응훈련을 
실시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이 정전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명동의
 매장들은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컴컴한 병실 vs 문 연 채 에어컨 펑펑… 정전 대비훈련 극과 극 정부가 전 국민이 동참하는 전력위기 대응훈련을 실시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이 정전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명동의 매장들은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전 땐 이런 비상사태가…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비한 훈련이 펼쳐진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승강기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전 땐 이런 비상사태가…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비한 훈련이 펼쳐진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승강기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상 첫 정전 대비 훈련을 벌인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상황실. 훈련 직전인 오후 1시 55분 예비전력은 664만 kW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 수치는 경계경보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훈련에 들어간 지 10분 만인 오후 2시 10분 989만 kW로 급증했다. 불과 15분 만에 325만 kW(화력발전소 6기 해당)의 전력을 아껴 국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가 예비전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에 조업시간 조정 등을 요청한 오후 1시 30분(596만 kW)을 기준으로 하면 화력발전소 8기를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393만 kW를 감축했다. 지난해 9·15 대정전 사태 당시 예비전력은 24만 kW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날 정전 대비 훈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명동의 매장들은 두 곳 중 하나꼴로 문을 열어놓은 채 냉방을 하고 있었다.

○ 정부 “발전소 10기 새로 생겼다”

오후 2시 예비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상 상황을 연출해 훈련이 시작됐다. 전력거래소 상황실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용주산에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영흥 화력발전소 1호기는 갑자기 고장을 일으켰습니다!”라고 외쳤다. 상황판에 표시된 예비전력은 2시에 140만 kW, 이어 2시 10분에는 60만 kW로 뚝뚝 떨어졌고, 상황판 위에 있는 빨간색 ‘심각’ 경보등이 켜졌다. 그러자 조종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이 매뉴얼에 따라 강제 순환절전을 지시했다.

같은 시간 전국의 공공기관과 사전에 정한 28개 민간 건물이 에어컨은 물론이고 조명도 모두 끈 채 정전 상황을 연출했다. 무분별한 전력 소비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점검하자는 취지였다. 전력 공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없는 처지에서 절전(節電)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후의 예비전력 변화를 따지면 최대 393만 kW의 전력을 아꼈지만 지식경제부는 기온, 전력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산출한 전력소비 예측치와 실제 소비량의 차이를 계산해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548만 kW를 아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루 전에 예측한 이날 오후 2시 10분의 전력 소비량(6794만 kW)에서 같은 시간의 실제 소비량(6246만 kW)을 빼 얻은 수치다.

지경부는 훈련 결과 부문별 전력 절감 기여도는 산업계가 71.0%(387만 kW)로 가장 높았고 백화점 등 일반 건물(25.0%·138만 kW), 공공기관(2.3%·13만 kW), 학교(1.6%·9만 kW), 주택(0.1%·5000kW) 등의 순이었다고 덧붙였다.

○ 흥청망청 안일한 절전 문화

정전 대비 훈련이 한창이던 시간에도 서울 명동 상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지하철 명동역에서 우리은행 사거리에 이르는 중앙로 인근 매장 58곳 중 27곳이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이 가운데 네 곳은 정부가 권장하는 적정 실내온도(26도)보다 훨씬 낮은 22∼24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대형 신발매장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정부 단속이 시작되더라도 본사 지침에 따라 계속 문을 연 채 영업할 것 같다”며 “명동은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짧은 시간에 많은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영업 전략상 출구를 항상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문을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업소에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고 현재 홍보 및 계도를 하고 있다.

[채널A 영상] 예비전력 ‘뚝’…올 여름 ‘블랙아웃’ 오나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블랙아웃#승강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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