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림청 산사태 관리시스템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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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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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98% ‘위험’ 분류… 6명 숨진 우면산 밑은 ‘안전지대’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20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수해복구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복구 진행 상황과 장마를 앞두고 피해 예방 대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20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수해복구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복구 진행 상황과 장마를 앞두고 피해 예방 대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산사태위험지도에 표시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앞 사면(동그라미 표시)이 안전지대로 분류돼 있다. 이곳 사면은 지난해 붕괴돼 6명의 사상자를 냈다.
산림청 산사태위험지도에 표시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앞 사면(동그라미 표시)이 안전지대로 분류돼 있다. 이곳 사면은 지난해 붕괴돼 6명의 사상자를 냈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돼가고 있다. 동아일보가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사태 위험지 관리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전체 산지의 98.2%가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등 정보 대부분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시스템에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방배동 전원마을 일대가 안전지대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엉터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20일 본보가 점검한 이 시스템은 산림청이 2006년 18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다. 붕괴위험도를 1∼4등급으로 분류해 1등급은 발생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지역, 2등급은 가능성이 높은 지역, 3등급은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분류하며 4등급만 발생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 해당한다. 산림청 시스템에 따르면 사실상 전체 산지 가운데 2%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산사태 위험지대로 분류해 실제 피해예상지역을 파악할 수 없을 지경이다.

서울 지역 산사태 위험지역만 해도 여의도 면적의 40배가 넘는 127km²에 이른다. 소방방재청이 관리하는 급경사지 1만3027곳을 비롯해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지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난해 산사태로 피해가 난 지역은 관리지역이 아니었다. 우면산 역시 지난해에는 자연재해위험지구에 속하지 않아 관리가 부실해 피해가 컸다.

전문가들은 위험지역을 분류하는 방식 자체가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산림청 시스템은 경사길이, 모암(母巖·산을 이루고 있는 기반암), 경사위치, 임상(林相·수종 구성상태), 사면형, 토심, 경사도 등을 조합해 가중치 점수를 매겨 1∼4등급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위험도를 분류하게 되면 6480가지 점수 조합이 발생해 실제 위험지역을 분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 경사도 10도는 “위험지역”… 35도는 “안전지대” 분류 ▼

예컨대 경사길이는 300m지만 경사도가 10도밖에 되지 않아 실제로 산사태 위험이 거의 없는 지역도 이 시스템상으로는 약 90점의 점수가 부여돼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반면 경사길이는 75m에 불과하지만 경사도가 35도에 이르러 실제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은 시스템상에서 약 25점밖에 안 돼 안전지대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산 정상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계곡을 따라 토석류(土石流)가 흘러내린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 산림청 위험지도는 산 정상이나 중턱 부근보다 산 하부가 더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 지반재해위험지도 개발해 위험지역 다시 분류한다

최근 10년 동안 자연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684명 가운데 26%(177명)가 급경사지 붕괴나 산사태로 희생됐다. 이처럼 산사태 피해가 심각하지만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에 소방방재청은 한국방재협회와 함께 급경사지 정밀평가기법을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지반재해위험지도를 제작하기로 했다. 13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4월부터 내년 4월까지 서울과 부산 재해위험지구를 재지정하는 작업을 벌인다. 내년에는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등 5개 광역시, 2014년에는 도 단위에서 1개씩 9곳의 시군구를 지정해 돌발 홍수나 산사태 피해를 볼 수 있는 위험지구를 확대 지정할 방침이다.

육군사관학교 오경두 건설환경학과 교수가 개발한 이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토석류 발생지점과 피해예상지역을 90% 가까이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토양이나 식생, 포화상태의 강우량 등을 통해 위험도를 분석할 수 있어 실제로 주거지와 인접한 지역의 위험도를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 교수는 “붕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예측할 수 있지만 피해범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점도 문제였다”며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토석류의 발생지점과 피해예상지역, 위험도 등의 정보를 상세히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산림청도 뒤늦게 보완 나서

산림청 역시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에 나섰다. 올해 15억 원을 투입해 산사태 예측정보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산사태 위험지도 등급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받은 산사태 예측정보 전달체계를 기존 문자메시지(SMS) 전달방식에 유선전화, 팩스, TV 재난방송 자막, 소방방재청 상황전파시스템 등을 추가해 다양화하기로 했다.

전국 산지를 지역 특성을 고려한 10개 권역으로 분류해 기준 강우량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강우정보 분석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산사태#관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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