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정성’ 빠진 ‘갓바위 케이블카’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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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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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팔공산이 유명해진 데는 ‘갓바위’ 덕이 크다. 정식 이름은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이지만 대부분 갓바위라고 부른다. 갓바위는 1962년 10월 ‘또 하나의 약사여래불, 팔공산 벼랑 끝에 외로운 좌선 천년’이라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에 처음 보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요즘은 연간 800만∼1000만 명이 찾는 ‘국민 바위’가 됐다.

갓바위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관봉(850m) 꼭대기에 거대한 신라시대 불상이 있다는 이유보다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왼손에 약 그릇이 있어 정성껏 기도해 병을 고쳤다고 전해오는 이야기가 그렇다. 석불 얼굴이 비바람에 상하지 않도록 갓을 씌웠다는 이야기 등 갓바위는 ‘정성 바위’라고 할 수 있다. 갓이 사각모를 닮았다는 이유로 대학 입시철이면 더욱 붐비고 남쪽을 보고 있어 부산이나 경남, 울산에서 많이 찾는다. 갓바위는 1000년 넘는 세월 동안 마음을 다하는 정성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엊그제 대구에서 열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간담회는 ‘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1980년대부터 수차례 같은 문제가 불거졌지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환경 파괴를 우려한 반대가 부딪쳐 없던 일이 되고는 했다.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얼마나 지역경제와 관광이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다른 케이블카 설치 장소와 달리 갓바위에는 휴게음식점 같은 편의시설을 만들 공간도 없다. 케이블카 탑승요금이 수익일 수 있지만 갓바위 앞마당은 260m²(약 80평) 정도로 좁다. 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해서 갓바위를 비롯한 팔공산이 엉망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지나치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든, 하지 않든 문제를 ‘정성껏’ 추진하는 태도가 실종된 점이 무척 아쉽다. 대구시와 찬성, 반대를 주장하는 몇몇 관계자가 모여 자신들의 논리만 강요하다시피 하는 것은 갓바위 정신에 어긋나지 않을까. 갓바위는 행정구역상 경북 경산시인 만큼 경산 쪽 의견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의 생각도 장기간 정성껏 수렴해야 한다.

대구시가 갓바위를 대구만의 관광지처럼 여기면서 케이블카 문제를 다루면 경북도와 경산시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정성과 점점 멀어지는 행태를 보고 갓바위 부처님이 “내가 차라리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게 낫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팔공산#갓바위#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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