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帝 강제징용 배상해야”]“강제징용, 日기업 배상의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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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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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日최고재판소 배상불가 판결 정면 반박
“식민지배 합법성 전제로 한 판결 인정못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945년 광복 후 67년 만이다. 피해자들이 1995년 일본에서 처음 소송을 낸 이후로는 17년 만이다. 이번 판결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제기한 동일한 소송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패소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41년부터 1944년 사이에 일본으로 강제 동원된 여운택 옹(89) 등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임금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24일 사건을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따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정 적용 대상에는 일본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과 2007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일본이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 2009년 부산고법과 서울고법 등에서 내려진 항소심 선고에서는 “대한민국 법원이 일본 판결의 효력을 승인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위반되지 않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일제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패소 확정 판결을 승인할 수 없고 △일제강점기에 징용을 했던 옛 미쓰비시와 현재의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과 현재 신일본제철의 동일성이 인정되며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고 △민법상 권리행사 기간인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앞으로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는 새로운 쟁점이 다시 돌출되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원고 승소로 판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파기환송심에서는 원고들이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 1억∼1억100만 원 가운데 배상액을 정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군인과 노무자 등으로 강제징용을 당해 피해를 봤다고 정부에 신고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22만4835명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강제징용#일본 기업#배상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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