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달인]120 다산콜센터 베트남 출신 상담원 당티능 씨

  • Array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고부갈등… 임금체불… 베트남 노동자의 ‘해결사’

10일 베트남 출신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 당티능 씨가 베트남어로 민원을 상담해주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일 베트남 출신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 당티능 씨가 베트남어로 민원을 상담해주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전화 한 통으로 서울 시민의 모든 민원과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척척박사’ 120 다산콜센터가 문을 연 지 올해로 벌써 6년째다. 여기서 문제. 다산콜센터로 외국인들이 전화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가능함’이다. 그렇다면 문제 한 개 더. 다산콜센터에서 상담 가능한 5개 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중 하루에 가장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 언어는?

“공장에 5일 이상 나가지 않으면 사장님이 고용노동부에 외국인 근로자 이탈신고를 할 수 있게 돼요. 그러면 본국으로 돌아가셔야 해서 불리해질 수 있어요.”

수화기를 통해 한 외국인 근로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던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은 베트남 출신 당티능 씨(30·여). 그녀에게서 위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다산콜센터 외국어 상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베트남어다.

외국어 상담이 처음 도입된 2010년에는 전체 상담 5만3467건 가운데 베트남어는 1만3410건으로 영어(1만6227)에 간발의 차로 뒤졌지만 지난해부터 영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베트남어 상담 건수는 3만942건이었고 영어 2만4700건, 몽골어 1만7666건, 중국어 1만2898건, 일본어 5803건이 뒤를 이었다. 올해도 4월 말 현재 3만1071건 중 베트남어가 1만582건으로 5개 언어 가운데 유일하게 1만 건을 돌파했다. 하루에도 전체 평균 300여 통 가운데 100통 넘게 베트남어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외국어 상담원 20명 가운데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당 씨를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다산콜센터 외국어상담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 씨는 2002년 한국에 건너와 2010년 2월 다산콜센터 외국어상담팀이 첫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이곳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경기 의정부시 고용지원센터에서 노동문제를 상담했다. 그녀가 이전 직장에서 쌓았던 경험 덕에 사업주의 임금체불 문제부터 시작해 불법체류 문제 등 국내에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은 그녀의 덕을 많이 봤다. 특히 전국 각지에 있는 외국인들도 다산콜센터를 이용할 수 있어 그녀는 ‘전국구 해결사’로 불린다.

노동 관련 상담뿐만 아니라 한국인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도 그녀의 단골 상담 메뉴 중 하나다. 당 씨가 갈등 해결책을 척척 내놓을 수 있는 건 10년 동안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며 터득한 산 경험 덕분이다.

“한국 시어머니에게는 일단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고 화를 풀어드려야 해요. 그 다음에 화가 풀리시면 얘기하는 게 상책이죠.” 75세 노모를 모시고 사는 당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의 갈등 역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부간에 말이 잘 안 통하는 분들도 전화를 많이 걸어오세요. 통역을 하면서 서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풀리면 보람을 느끼죠.”

당 씨는 기억에 남는 상담으로 한국에 와서 모은 전 재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가방에 넣고 가다가 버스에 놓고 내린 여성을 도운 일을 꼽았다. 당 씨는 “엉엉 울기만 하고 버스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던 그녀를 위해 경찰과 버스회사를 통해 가방을 찾아줬을 때 마치 내 돈을 찾은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계속 일하면서 외국인들 많이 도와주면 저를 정식 공무원으로 뽑아 주실 건가요?” 당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