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金지사, 대선 레이스 위해 중도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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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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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논밭 욕심내 짓던 농사 버리는 꼴

강정훈 기자
강정훈 기자
“더디어도 멀리 보고 바르게 가야 한다. 그래야 꿈이 이뤄진다. 잠재력은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 S 씨는 15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좀 서두르는 것 같다”며 “만약 지사직을 던진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적극 검토하는 김 지사를 향한 쓴소리다.

김 지사는 “왜 내게만 야박하게 그러느냐”고 되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출직의 중도 사임이나 정당 선택은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떠나 중대 사안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330만 경남도민, 나아가 그에게 표를 던진 81만2336명은 ‘야(野) 3당 단일후보 무소속 김두관’을 도지사로 뽑았다. 4년 부릴 머슴으로 민선 사상 첫 비(非)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그들의 주권을 사장(死藏)시킬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김 지사가 특정 정당 소속이었거나 입당을 전제했다면, 도정(道政)보다 ‘더 큰 정치’를 위해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 선거 결과는 십중팔구 달라졌을 것이다. 그는 올 2월 민주통합당에 들어가면서 약속을 깼다. 그의 지사직 중도하차가 가시화되면 비판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새누리당 도의원과 기초단체장, 야권 일부에서 포문을 열었다.

중도사임은 신뢰정치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막대한 보궐선거 비용을 수반한다. 광역단체장 선거에만 150억∼300여억 원이 쓰인다. 도지사 보선을 노린 몇몇 시장 군수, 또 이 자리들을 겨냥한 지방의원들이 벌써 몸 풀기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최근 “모내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내가 농사지었으면 잘 지었을 것’이라 해도 문제 제기를 않는 그런 정치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겨냥했다지만 자가당착에 가깝다. 머슴이 더 큰 논밭을 욕심내 짓던 농사 버리고 중간에 집을 나가면서 누굴 꾸지람한단 말인가. 마하트마 간디와 공동체생활을 하며 변소 청소를 맡은 영국 명문대 출신 청년이 따졌다. “제가 누군지 안 보이세요? 저는 큰일을 할 수 있다고요.” 간디가 답했다. “자네가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네. 내가 모르는 건 자네가 작은 일도 할 수 있는가 하는 걸세.” 은근과 끈기에 대한 가르침이다.

19대 총선 당시 도의원직을 내놓고 창원성산구에 출마했던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내내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렸다. ‘진보정치 1번지’라던 이 선거구는 8년 만에 보수진영으로 넘어갔다. 김 지사도 이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김 지사는 이제 중도사임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지, 초심으로 돌아가 도정에 전념할지 선택해야 한다. 결정을 미루면 도정 표류는 심각해진다. 야권 전체 대선 판짜기에도 혼선이 불가피하다. 권력의지가 남다른 그로서는 수긍이 어려울 수 있지만 ‘때’가 아니거나 ‘명분’에서 밀리면 판을 그르치는 법이다. 1958년생 개띠인 그는 건강한 장년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김두관#경남도지사#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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